종로구 소재 ‘옥인동 윤씨가옥’이 새 단장한 모습으로 내년 상반기 시민에게 공개된다. 윤씨가옥은 조선후기 문신이자 대한제국 관료였던 친일파 윤덕영이 자신의 소실을 위해 1919년경 지은 한옥으로, 오랜 시간 훼손되어 버려진 채 현재까지 빈집으로 남아 있었다. 한때 윤덕영의 조카이자 순종 황제의 계비였던 순정효황후 윤씨 생가로 알려져 1977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었으나, 잘못된 사실 관계가 규명되면서 1997년 문화재에서 해제된 이후 방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씨가옥은 ‘ㅁ’자 배치 중앙에 안마당이 있는 형태이며,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해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남산골한옥마을에는 1998년 복원, 신축한 윤씨가옥의 일부가 공개돼 있다.
서울시는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인 윤씨가옥을 열린 공간으로 재생하는 ‘옥인동 윤씨가옥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2022년 말 가옥을 매입하여, 지난해 11월부터 건축가 김찬중,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함께 관련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정적 문화유산’이라는 뜻의 네거티브 헤리티지는 어둡고 불편한 역사와 관계된 문화 자원을 일컬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일제강점기나 군사독재 시기의 유산들이 해당된다. 시는 가옥의 건축∙역사∙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원형을 파악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한편, 2023년 2월 발표한 ‘서울한옥 4.0 재창조 추진계획’과 연계하여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신식 재료와 기술을 적용한 한옥건축양식으로 정비하여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윤씨가옥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설계용역 중이며, 내년 상반기 공사 준공을 목표로 한다.
윤씨가옥의 가치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포함해 리모델링 프로젝트 추진 과정을 담은 ‘다시 여는 윤씨가옥’ 영상 네 편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2월 21일 공개된 1편 ‘벽수산장과 윤씨가옥 이야기’에서는 교수 이경아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건축가 김원천참우리건축 한옥연구소, 김찬중THE_SYSTEM LAB이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벽수산장과 윤씨가옥의 관계를 비롯해, 오랜 세월 사적 공간으로 존재했던 윤씨가옥이 공공의 영역으로 개방되는 과정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벽수산장은 윤덕영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윤씨가옥과 인접한 자리에 지은 3층 규모 서양식 저택이다. 해방 이후 병원, 유엔군 지부 등으로 활용되었다가 1966년 발생한 화재로 파손된 채 방치되었다가 1973년 철거되었다.
나머지 세 편은 윤씨가옥 프로젝트 추진 절차에 맞춰 오는 6월과 10월, 2025년 2월 공개한다. 각각의 영상에서는 윤씨가옥의 건축적 특징과 현황, 한옥의 새로운 해석을 소개하고, 건축가가 제안하는 한옥의 현대적 활용법, 완성된 공간 등을 공개한다. 영상 시리즈는 서울한옥포털과 라이브서울, 오픈하우스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또한, 윤씨가옥 현장개방 및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울시는 서울한옥 4.0 정책의 일환으로 일상 속 한옥, 새로운 한옥, 글로벌 한옥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폐가로 방치되어왔던 네거티브 헤리티지가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에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란다”고 전했다.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