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밴딩 밴드
대지 위에 펼쳐져 있는 건물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 세월 땅을 지켜오고 있는 주변의 수목들 사이에 지상 2층 높이로 겸손하게 스며들어 있는 것을 보면 짐작하게 된다. 길을 따라 지면과 공중에 또 하나의 인공구조물로서의 기다란 길을 그려 내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병풍처럼 느껴진다. 그저 가림막이 아니라 오래된 나무들을 입체적으로 감싸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동감 있는 모습이다.
북한산자락 송추계곡으로 진입하는 첫 번째 입구에 자리하는 이곳은 건축주의 고향집이 있던 장소다. 고가도로로 인해 고향집의 절반이 나누어지고, 국립공원 이주단지조성계획으로 집과 토지가 주차장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보호수목으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6그루의 뽕나무를 지켜내고 싶어 했다. 아버지가 40년 간 키워 그들 외에도 마을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 전적기념비, 오랜 세월 고유성을 띠는 장소들이 많지만 이주가 실행되고 나면 모두 사라질 판이었다.
문제에 대해 건축주가 찾은 해법은 ‘지역문화예술 네트워크 구축’이다. 은퇴 후 그의 꿈은 도시에서 경험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을 엮어 마을의 지역성을 구축하는 장을 고향땅에 마련하는 것이다. 시원스레 열려 있는 산자락, 절기마다 달라지는 계곡과 숲의 풍경, 정겨운 시골길과 흙냄새,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 어린 시절 누리고 자란 풍광들을 지금의 공간적 언어로 지켜내는 새로운 고향집에 대한 계획이다. 마을의 풍광을 해치지 않고 길 따라 마을을 감싸듯 펼쳐놓은 지하1층, 지상2층의 근린생활시설이 그렇게 태어났다. 현실로 옮겨 놓은 그 장소를 통해 기존의 나무들, 옛 간판, 고목나무, 아버지의 피와 땀 그리고 집 주변의 오래된 이야기가 담긴 요소들을 보존해오고 있다.
마을의 역사를 지켜봐온 오래되고 키 큰 나무들은 건물 내외부에 싱그러운 풍경을 만들어내며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서 있다. 선큰 데크를 비롯한 다층화 된 지층들을 통해 다양한 퍼포먼스와 이벤트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길고 완만한 램프와 계단으로 또 다른 표정의 길을 제안한 것은 주변 산책로를 오가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걸음을 유도한다. 더불어 매출의 경쟁자가 아닌 한 마을을 지켜온 ‘동네사람’, ‘이웃사촌’으로서 주민들의 정서를 모아 소통을 이끌어 내리라는 것도 기대하게 된다.
위치: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419 / 설계: 김동진(홍익대학교), ㈜ 로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 설계팀: 이상학, 박주은, 김태연, 백소원 / 시공: 이에코건설 / 구조: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전기설계: 하나기연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8,816㎡ / 건축면적: 559.76㎡ / 연면적: 790.45㎡ / 건폐율: 6.9% / 용적률: 7.1% / 규모: 지상2층, 지하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지정목재마감 / 설계기간: 2009.4~2011.4 / 시공기간: 2011.4~2013.3 / 사진: 박완순,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