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변은진 인턴기자
우리나라 서예 진흥의 대표 거점 기관이 될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이 전북 전주에 건립된다. 그 최적의 안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 5월 개최된 설계공모에서 주.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가 최종 당선팀으로 선정됐다.
문자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서예는 3천 년 이상 이어져 온 동양의 대표적인 조형 예술이다. 이처럼 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서예 교육기관과 서예 인구의 급감으로 기본적인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9년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등 전통 서예 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서예의 대중화,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전문 인력 양성을 총괄하는 전담 기관이 될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사업 역시 이러한 진흥책의 일환이다.
대상지는 전북 전주시 덕진동에 조성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부지 내로, 현재는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17,033㎡ 규모의 땅이다. 서예 문화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목표로 하는 만큼 ‘서예’를 연상할 수 있는 주된 컨셉을 마련하고, 전통 요소 등을 고려하여 그 컨셉이 건물 입면에서부터 내부 공간까지 드러날 수 있는 디자인이 요구되었다. 또한, 프로그램적으로는 교육, 산업, 전시, 수장, 관리 등의 다양한 용도가 공존하는 점을 반영하여, 전시 및 체험 영역과 교육 및 산업 영역의 분리와 연결이 주요 과제로 주어졌다.
8인의 심사진(김병기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김현태건축사사무소 국일, 박성준주.건축사사무소 우리공간, 박창배부산대학교, 박호현한밭대학교, 윤점용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이승우경북대학교, 정창호주.에코 건축사사무소)은 출품작들을 대상으로 8월 29일 심사를 진행하여,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의 ‘묵향’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좋은 글씨는 좋은 벼루에서 시작된다’는 옛말처럼 글씨를 쓰고 난 후 남아있는 그윽한 먹의 향기를 디자인 컨셉으로 삼아, 세 가지 가치를 담아낸 안이다.
벼루의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자연’을 담아냄으로써 서예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쌓여있는 ‘한지의 켜’를 조형화하여 세계 서예 작품들이 한곳에 모인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일필휘지의 붓글씨처럼 ‘전시 공간과 외부 공간의 흐름이 연속’되도록 하여 서예의 속성을 표현했다.
당선작에 대해 심사진은 벼루와 한지를 형상화해 서예비엔날레관으로서의 상징성을 잘 보여준 점, 배치 계획의 효율성과 관람자의 편의를 고려해 효율적인 동선을 구성한 점, 기존 지형과의 연계를 통해 옥상 정원의 활용도를 높인 점 등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청사진을 마련하게 된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은 총사업비 292억 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당선팀은 2023년 8월 착공, 2025년 4월 준공을 목표로 후속 작업을 진행해갈 예정이다. 자료제공 / 주.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당선작
주.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