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갤러리 더 월
Gallery The Wall
기존 건물의 외벽을 마감하고 있는 적벽돌, 그 위에 익스펜디드 메탈 파사드라는 새로운 물성이 중첩되어 다양한 패턴과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저층부를 감싸는 전면 유리 외벽을 따라 비탈진 도로가 비쳐지는 표정 또한 활기차고 신선하다. 조용하고 오래된 골목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건축 어휘들이 호기심 어린 풍경을 연출한다.
갤러리 관장의 신혼집이기도 한 25년 된 다가구주택이 변신하여, 독특한 공간감과 전망을 갖춘 갤러리와 카페로 재탄생된 곳이다. 대지는 19평에 불과한 작은 규모로 미군부대 담벼락에 붙어 있다.’더 월’이라는 이름처럼 벽이 내포하고 있는 시간상의 의미와 상징성이 큰 장소다. 오랜 시간 살림집으로 이용된 공간에는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벽과 그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정서가 서려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서사성이 있다.
골목에서부터 시작되는 빨간 계단이 공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관람객의 주요 동선이 되고 있는 계단실은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선보이는 백색의 전시장을 거쳐 아래로는 반 지하의 카페, 위로는 바깥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녹색의 작은 옥탑까지 이어져 있다. 층과 실마다 각각의 정체성이 또렷하지만, 강렬한 빨강은 각기 다른 모습 그대로 조화롭게 관계 맺도록 이어주는 상징적인 색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군부대를 향한 전망이 압도적이다. 갤러리 1층과 2층, 그리고 옥상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험되는 그 풍경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진실한 시간을 마주하는 장면이라 인상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투명하고 널찍한 사각의 유리창 밖으로 해방촌 일대와 용산 미군기지 사이를 가르는 철조망과 담장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보이는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철조망이 유리창 밖의 풍경이 아니라 투명한 전시관 안의 전시품처럼 보인다. 마치 우리의 근대사를 조망하게 하는 전시의 일부처럼 전해진다.
반 지하에 자리하는 카페는 목재를 주재료로 하면서 브라스가 함께 구사된 공간이다. 카운터와 5미터 길이의 펜던트는 공간의 비례와 빛의 분포가 고려되어 제작된 것이다. 목재와 브라스의 조합, 빛의 배열 등을 통해 공간을 감도는 질감 혹은 온도가 따뜻하다. 물리적으로 작은 공간이지만, 캔틸레버로 떠있는 의자나 세로로 길쭉한 비례의 격자 장식장 등이 작은 규모의 공간에 어울리도록 고안되어 부담스럽지 않다.
누군가 오래 머물던 시간과 오래도록 그 장소에 있던 풍경이 갤러리의 일부가 되어 있다. 공간의 물성과 그 안에 담긴 기억이 상실되지 않고 고쳐져 계승된다는 것의 의미와 상징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작품명: 해방촌 갤러리 더 월 / 위치: 서울 용산구 신흥로 3가길 55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서울대학교) / 설계팀: 이예슬, 백남혁 / 시공: 이안알앤씨 / 용도: 제 2종 근린생활시설 / 구조: 벽돌조, 철골조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외부마감: 벽돌, 익스펜디드 메탈, 복층유리 / 내부마감: 라왕합판, 적벽돌, 시멘트벽돌 위 수성페인트,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 대지면적: 62.8m² / 건축면적: 37.18m² / 연면적: 116.69m² / 건폐율: 56.20% / 용적률: 118.41% / 설계기간: 2018.12~2019.7 / 시공기간: 2019.7~2019.10 / 완공: 20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