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책박물관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책을 주제로 한 전국 최초의 공립 박물관, 송파 책박물관이 개관했다. ‘책과 사람을 잇다’를 모토로 한 책박물관은 인류가 남긴 지식의 정수를 향유하는 공간이자,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 나아가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 1층 진입부를 제외한 모든 외벽에 동일한 알루미늄 루버를 설치하여 입면의 균질성을 강조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다. 외벽을 가로세로로 분할하고, 분할된 부분별로 루버의 간격을 조절해, 반복과 변주를 넘나드는 단정한 리듬감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가지런히 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건물 일부를 비워내고 외부공간으로 조성한 큼직한 보이드도 건물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 중요한 요소다. 박물관을 둘러싼 공원의 풍경은 이러한 보이드를 통해 내부 공간으로 흘러들면서, 주변과 소통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탁 트인 진입부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1층과 2층을 시각적, 공간적으로 연결해 주는 중앙의 계단식 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울림홀’이라 불리는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열람실이자,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쉼터이며, 강연이나 행사가 벌어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모든 이용자들의 다양한 행위를 수용하는, 그야말로 이용자에 의해 완성되는 공간이다.
어울림홀 주변에는 북카페와 어린이 체험학습실, 교육실 등이 자리한다. 접근성이 좋은 1층에 여가 및 문화 컨텐츠를 집중 배치하여, 박물관이 이용자들의 일상적 장소로 자리매김하게끔, 나아가 책을 통한 소통이 가능하게끔 한 것이다.
‘책 속에 들어가 바라보기’를 컨셉으로 한 2층에는 전시실과 미디어 라이브러리 등의 전문적인 콘텐츠가 모여있다. 방문객들은 인쇄나 책과 관련된 콘텐츠로 채워진 이 공간들을 넘나들며 책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수장고는 지하에 배치된다. 송파 책박물관의 수장고는 여느 박물관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보이는 수장고를 조성하여, 책문화를 대표하는 소장품들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방문객들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유물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전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