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WKM 블록
에디터 현유미 부장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와이오투도시건축
도산대로 한 켜 뒤, 고만고만한 주택과 근생시설이 모여있는 논현동 뒷길에 ‘ZWKM 블록’이 자리한다.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로, 네 필지에 네 건물이 모인 ‘집합의 건축’이다.
500평 규모의 이 땅에는 본래 네 개의 회사가 네 개의 건물을 지을 예정이었다. 마침 파주출판도시 2단계 건축 지침을 준비하면서 ‘필드 블록’이라는 이름 아래 집합 건축의 가능성을 모색하던 터라, 건축주들의 동의를 얻어 공동성을 기반으로 독립된 개별 건축이 공존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목표는 우리 도시에 필요한 건축의 확장 논리를 실험하는 것. 그에 따라 네 개의 건물을 모은, 단순한 건물의 집합을 넘어설 방법을 모색했고,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인 연계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렇게 제안된 건축은 지하층에서 통합되고, 저층에서 개방되며, 중간층에서 다시 결합되었다가, 고층에서는 각자의 모습을 띤다. 개별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변화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저층, 중층, 고층이 수평적으로 연계되게끔 한 것이다.
공간 구성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지하는 통합되어 순환되게, 저층부는 열리고 투명하게, 중층부는 체계적이면서 단단하게, 고층부는 조형적으로 자유롭게. 저층부는 도시의 가로와 연계되어 내부의 마당까지 도시의 삶이 파고들도록 자세를 취했다. 중층부는 건축의 핵심 영역으로 생각하여 네 건물이 시스템으로 결구되는 구조체로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그 위 고층부에서는 다시 네 개의 개별 건축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마무리된다.
이 작업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필지의 경계’다. 개별 필지에서 경계선은 가장자리, 혹은 필지 중앙에 위치한 건물의 자투리 영역으로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블록으로 필지를 다루면 자투리였던 경계부는 얼마든지 중심 공간으로 역전될 수 있다. 실로 ‘ZWKM 블록’에서는 필지의 경계 영역을 마당으로 조성함으로써 주변의 도시 환경이나 고립된 개별 건축물들을 연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중심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Z동
차량이 다니는 주 진입로의 교차점에는 사진작가의 스튜디오 겸 주택인 Z동이 자리한다. 블록 전체의 인상을 결정짓는 위치이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디자인이 필요했다. 대안으로 다른 세 동과는 달리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메인 공간과 완전히 분리된 계단실이 덧붙여졌다. 투명한 유리로 된 계단실은 불투명한 콘크리트 매스와 대조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부적으로는 저층부의 스튜디오와 상층부의 주택이 포개지면서 다양한 외부공간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공간들은 거주자들의 일상에 소소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W동
Z동과 M동 사이에 위치한 W동은 광고 제작사 ‘원더보이스’의 스튜디오이자 사무실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입지를 고려해 내부 중정 쪽에 출입구와 코어를 몰아서 배치했다. 또한, 다이나믹한 매스 구성을 통해 끼인 부지의 한계를 극복했다. 저층부, 중층부, 고층부, 층마다 매스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크기의 외부공간을 덧붙임으로써 다른 건물들 못지않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도시적 측면에서는 도로와 평행하게 뻗은 긴 매스를 주변 맥락과 비슷한 스케일로 분절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K동
K동은 그래픽 디자인 회사 ‘꽃피는 봄이오면’의 사무실 겸 스튜디오 겸 카페다. 도로에 접하는 부분이 짧기 때문에 중정과 인접 필지를 축으로 삼아, 옆으로 늘어선 형태를 제시했다. 이때 매스는 저층부에서 중층부로, 다시 고층부로 올라가면서 계속해서 갈라지는 모습이다. 또한, 인접 필지와 충돌하지 않도록 내부로 관통하는 연결 고리를 계획했으며 쪼개진 단위 공간들이 다시 결합되면서 외부 공간들이 남겨지도록 조정했다.
M동
전체 필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M동은 영상물 제작사 ‘매스메스에이지’의 사옥이다.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탓에, 블록 외부보다는 내부 중정과의 관계 맺기에 주목한, 내부지향적 건물이다. 북쪽 도로변에서 진입하면 남북방향으로 길게 뻗어있는 중정 너머로 M동이 보인다. 블록 진입 시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므로 어떻게 시각적인 위압감을 줄일 수 있느냐가 디자인의 관건. 대안으로 여러 개의 스튜디오를 다양한 방식으로 적층하여, 멀리서 보았을 때 매스가 점점 후퇴하는듯한 구조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거대한 매스에 대한 시각적 부담감을 더는 동시에, 다양한 외부공간을 형성하는 효과도 거둔다.
작품명: ZWKM 블록 /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 설계: 와이오투도시건축 (김영준) / 설계팀: 백은정, 이용의, 백상훈, 강동우, 신익란, 최고은, 한주희, 안성현 / 감리: 백상훈 / 인테리어: Imhq Company, Design Laundry, Studio Vase / 조경설계: 라 포레, Garden in Forest / 구조설계: 미래 ISE / 기계설계: 미도설비 / 전기설계: 우림전기 / 시공: 다우건설 / 대지면적: Z동_332.71m²; W동_363.40m²; K동_341.93m²; M동_632.55m² / 건축면적: Z동_192.40m²; W동_216.56m²; K동_180.95m²; M동_375.93m² / 연면적: Z동_1,294.68m²; W동_1,469.97m²; K동_1,324.03m²; M동_2,090.99m² / 규모: 지하 3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설계기간: 2011.9.~2012.3. / 시공기간: 2012.10.~2015.5. /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