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기자
지난 3월부터 진행해 온 ‘2023 근대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상으로 선정된 두 개 설계안 가운데 국토교통부장관상은 박예지나의 ‘청주시청, 걷고 보고 공유하다–보존과 지하공간 활용을 통한 도시재생 전략’이 받았고, 내셔널트러스트상은 경희정, 김우재, 서동훈의 ‘청주 단단공원–시청사’가 차지했다.
1908년 충청북도 관찰부가 청주로 이전하면서 충북 제1의 도시로 성장한 청주는 2014년 청원군과 통합한 청주시로 출범, 현재는 인구 100만의 대도시가 되었다. 그런 청주시에는 1960년대 건립한 ‘구 청주시청사’가 있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성장기에 지어져 지역 행정 중심지로 역할을 다하며, 경제 도약이라는 시민들의 꿈을 실천해 온 곳이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문제로 시는 신청사를 짓기로 하고, 2020년 국제공모를 실시하게 된다. 당시 최종 선정된 노르웨이 건축가 스노헤타의 안은 지역 사회의 성장사는 물론 건축사적 가치를 존중한 방향으로 주목을 받았고, 구 시청사 보존에 적극적이었던 지역사회와 문화재청 역시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청주시장이 바뀌면서부터. 새 시장은 이미 당선된 현상설계안을 무효화하고 구 시청사를 철거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철거 의지와 시청사 보존을 주장하는 시민사회 및 전문가의 움직임이 대립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와 같은 보존과 철거의 사례는 얼마든지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다. 보존 가치가 충분한 건축물의 철거라는 개발 논리 속에서 우리는 공존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이 2023년 근대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의 대상지로 청주시청사를 선정한 이유다.
대상에 해당하는 국토교통부장관상으로 선정된 박예지나의 안은 청주시민의 삶과 함께한 시청사의 가치를 공유하는 방안으로, 시청의 업무 기능을 새 건축물로 이전하고 기존 공간을 공유교육공간(본관)으로 마련했다. 본관은 대지 중앙에 위치하고, 지하를 활용해 본관을 관통하는 광장을 형성했다. 이는 ‘자연∙보형 친화도시’로 대표되는 청주시의 정체성을 반영해 보행 공간으로서의 지하공간을 계획한 것이다. 새로운 매스는 본관을 감싸며 또 다른 성격의 광장을 형성한다. 본관과 인접한 부분은 층고를 낮춰 지붕마당을 만들고 문화시설의 보행접근성을 높였다. 동선와 시각 면에서 본관과 새 건물을 연결함으로써 시민들이 보다 가까이서 공간을 경험하며 기억을 쌓을 수 있게 의도했다.
내셔널트러스트상을 받은 또 다른 대상으로 뽑힌 경희정 팀은 청주시청사와 그 주변의 잠재력을 지역 경쟁력으로 전환할 방안을 제시했다. 시청사를 포함하는 복합문화공원은 보행 기능성을 고려한 구 시청사의 건축 특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동서 방향으로 연결되는 보행 동선을 계획하고, 주변 공간과의 일관성을 위해 인접한 도로변 건물에 따라 매스 크기를 조절했다. 또한, 청주 청소년 문화존, 옛 청주역사 광장, 책마당 등 다양한 공공 공간을 구성해 활발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우수상으로는 세 팀이 선정되었다. 그중 김성우 팀이 제시한 도코모모인터내셔널상의 ‘청주를 담는 두 개의 홀: 청주_City Hole’은 새로운 시청사가 구 시청사의 배경이 된다. 유리 파사드와 수평 부재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수평적이고 투명한 시청의 이미지를 담았다. 반면 구 시청사는 데이터 청사가 되어 청주 시민들의 기억과 시간성을 담는 공간이 된다. 일부 골조를 비워내어 지금 시대에 맞게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시청과 분리된 시의회를 잇는 브릿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매개체이자 시간의 연장선을 상징한다.
사.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 회장상을 받은 김형석 팀의 ‘상당로(路) 중앙로(街) 사이 비움과 채움’은 보관동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과거를 담는 마당과 미래를 위해 비운 교통광장을 계획했다. 보행 ‘거리’ 중심의 중앙로와 교통 ‘길’이 활성화된 상당로 사이에서 양쪽을 연결하는 교통광장을 통해 새로운 보행 흐름을 형성한다.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본관동 일부는 서쪽 마당과 동쪽 광장 사이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주변부의 축들과 공존하게 된다. 새로운 시청사는 시민들의 삶을 담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내재해야 한다. 주변 거리에 접한 영역에 교통 환승장을 조성하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 시청 일대의 보행 환경을 바꾸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사.새로운문화를실천하는건축사협의회 회장상을 차지한 안지섭 팀의 ‘시대를 관통하는 청주의 장소성’은 청주시청 일대의 장소성을 형성할 요소 세 가지 ‘파사드’ ‘스케일’ ‘프로그램’을 정했다. 특징적인 ‘파사드’, 구 시청사의 본관동에서는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는 입면을 남겨 ‘부분 보전’을 실천하고자 했다. 단계를 거쳐 지금의 도시를 형성하게 된 시간의 연결성을 생각해서 일대 건물들의 크기에 맞춰 작은 매스들이 모인 경관을 만들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이 지속되는 공간이 될 수 있게 많은 사람이 교류하고 소통할 내부 아트리움을 계획했다.
그 외 특선작으로는 나승민 팀의 ‘회귀(回歸)’를 비롯한 총 8개 팀의 안이 선정되었다. 자료제공 / 근대건축도시연구회
대상 (국토교통부장관상)
청주시청, 걷고 보고 공유하다 – 보존과 지하공간 활용을 통한 도시재생 전략 _ 박예지나
대상 (내셔널트러스트상)
청주 단단공원-시청사 _ 경희정 + 김우재 + 서동훈
우수상 (도코모모인터내셔널상)
청주를 담는 두 개의 홀 : 청주 _ City Hole _ 김성우 + 김수연 + 최원지
우수상 (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 회장상)
상당로(路) 중앙로(街) 사이 비움과 채움 _ 김형석 + 유솔아
우수상 (새로운문화를실천하는건축사협의회 회장상)
시대를 관통하는 청주의 장소성 _ 안지섭 + 채승욱 + 신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