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화풍 360도 컨트리클럽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 Iroje architects&planners
부드럽게 일렁이며 흐르는 능선을 병풍 삼은 작은 촌락으로 앉혀져 있다. 1층 혹은 2층 높이의 건물들이 맞배지붕을 하고 있어 집과 같은 인상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겹쳐진 지붕들이 만들어내는 집합적 조형은 작은 마을이나 산사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다.
흙과 물과 꽃과 바람, 이름 그대로 골프장과 골프클럽은 이미 자연이 되어 있다. 여기에서 표현된 자연이란 도시와 일상에서 소진한 힘을 다시금 충전시키는 원천이 된다는 의미다. 완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경험, 흙냄새와 물소리와 꽃향기와 바람의 청량함이 비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클럽하우스는 그 전환점의 중심에 있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들어가는 전이공간이다. 그 두 영역이 혼재하는 지점이기도 한 이곳은 특정인만을 위한 닫힌 장소가 아니다. 서로 모르는 많은 이들이 같은 시간에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기에 그 자체로 중요한 공동체가 될 필요가 있다. 공동체를 담아 낸 공간은 그래서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마을이요 도시의 형태를 띤다.
여러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개념은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히 유용해 보인다. 개별적인 기능을 갖춘 최적의 볼륨들을 ‘긴밀하게 그리고 불규칙하게’ 엮어 모은 것인데, 이 불규칙성이 군집의 형태를 오히려 자연스럽게 연출해 내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각각의 집과 집의 사이마다 생겨난 여백의 공간들은 때때로 중정이 되어 자연 채광과 환기를 돕는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풍부한 공간감을 이루게 한다.
외부를 콘크리트와 돌로 마감한 덕분에 집 그 자체가 자연의 변화를 담아내는 배경으로 존재하고, 개구부에서 목재가 노출된 것은 내부의 안락함을 은근히 드러낸다. 필드에 나가 마지막 홀에 서면 마을의 티타늄 지붕들이 빛을 발하며 골퍼들을 맞는다. 욕장에서 바라보이는 필드는 얼마 전 지나 온 기억의 풍경이다. 식당 혹은 연회장, 더러는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보게 되는 풍경 또한 그러하다.
작품명: 지수화풍 360도 컨트리클럽 / 위치: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 건축가: 승효상 –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 프로젝트팀: 윤종태 / 구조설계: 서울구조 / 기계: 서울구조 / 기계: 세아엔지니어링 / 전기: 우림전기 / 조경: 조경설계 서안 / 대지면적: 818,806m² / 건축면적: 4,999.04m² / 연면적: 9,566.81m² / 설계기간: 2009.1~2009.10 / 시공기간: 2009.10~2011.8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