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두집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인왕산과 북악산, 북한산이 품은 동네 부암동. 예로부터 신선들이 살 법한 별천지라 불려온 만큼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이 동네 한 곁에 십여년간 따로 살아왔던 부모와 아들 부부가 함께 살 삶의 터전을 만들기로 한다.
대지가 인왕산 중턱의 가파른 산비탈이라 경사는 심하지만 아무런 장애물 없이 확 트여있다. 건축가는 두 세대의 교차와 분리가 가능하고 입지 특유의 풍광도 만끽할 수 있는 집을 계획한다.
여느 단독주택 설계와 다른 점은 구성원들 간의 관계였다. 모두 한 가족이지만, 부모와 아들 부부 각 세대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야 했다. 건물을 단순하게 둘로 나눌 수는 없는 일. 건물은 분리하고 정원은 공유한다면 서로에 대한 관용과 배려를 강요하게 될 터였고, 정원까지 분리하자니 좁은 땅에 두 개의 집이 지어진 것처럼 보일 게 뻔했다.
건축가는 건물은 하나이되 층 별로 영역을 구분하는 ‘수직적 분리’를 떠올렸다. 마당이 딸린 1층은 은퇴 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부모님의 영역으로, 근사한 전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2층은 손님들과의 모임이 잦은 아들 부부의 영역으로 말이다.
현관을 들어서면 정원 한쪽에 자리한 살구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40년 간 이 땅을 지켜왔던 살구나무는 이제 ‘부암동 두 집’의 울타리 안에서, 식구들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갈 것이다.
1층과 2층 모두, 평면 중심부는 비워져 있다. 1층에는 중정을 조성했다. 중정 가운데는 큼직한 돌로 채워진 수공간도 마련됐다. 겨울에 물을 빼면 돌 정원으로 변하니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갖게 되는 셈이다.
2층 중앙은 하늘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중정에 면하는 2층의 창은 바짝 다가가야만 아래층에 있는 사람이 보이는 높이로 두어, 1층과의 거리를 원하는 대로 조절케 했다. 창을 열면 1층의 소리가 2층에서도 들리기 때문에,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각자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간의 교감을 끌어내는 ‘틈새’ 공간이다.
이러한 중정형 배치는 외부와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게 되니 풍성한 공간 경험이 가능하며, 채광과 환기에도 유리하다.
2층에는 정원이 없는 대신 채광과 전망이 뛰어난 전면에 넓은 테라스와 옥상정원을 두었다. 서울 시내 전경과 삼면으로 이어진 산세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어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공간이다.
여름에는 박공지붕이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천창이 동향인 집 내부 깊숙이 따스한 빛을 끌어들인다. 계절 별 햇빛의 변화를 느끼는 것도 이 집에 사는 재미다.
작품명: 부암동 두집 /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 설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 강우현, 강영진 / 시공: 건축주 진영 /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 조경: 안마당더랩, 스페이스 A1 / 전기, 기계설계: 선화설계사무소, 선화기술단사무소 / 건축주: 강국현 / 용도: 다가구주택 / 대지면적: 389.87m² / 건축면적: 190.90m² / 연면적: 376.95m² /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 높이: 8.44m / 주차: 4대 / 건폐율: 49.22% / 용적률: 76.88%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지붕 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목재루버 /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콘크리트 위 침투성하드너, 원목마루 / 설계기간: 2017.1~2018.3 / 시공기간: 2018.4~2019.8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