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문화체육센터
반투명한 외피로 감싸인 매스가 필로티 위에 사뿐히 앉은 모습은 도시와 거리 가운데 가볍게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외피 안으로는 군데군데 여백을 두고 분절된 프로그램들이 느슨하게 수직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게 투시되어 전달된다. 반투명한 백색이라는 단일한 스크린 위로는 마을의 표정이 고스란히 투영되며 또 하나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백여 년에 걸쳐 안착된 역사를 갖고 있는 돈의문 밖의 대표적인 주거지인 북아현동에 위치한다. 북아현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개발을 통해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마을의 주 생활도로인 북아현길을 따라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진 곳이다. 변화의 결과 중 하나로 선형 공원이 자리하는데, 마을을 동서로 관통하는 경의선을 따라 기다랗게 흐르고 있다. 이 공원이 북아현길과는 직교로 관통하며 조우한다. 이 교차점에 북아현문화체육센터가 자리한다.
북아현길과 선형 공원이 교차하는 영역인 만큼 주민의 동선이 복잡하게 엮이게 마련이다. 공공공간으로서 그 걸음들을 흡수하고 확장시키는 거점이 되려는 의도가 필로티를 통해 선명하게 전해진다. 필로티로 건물 전체를 들어올리고 지층에 문화예술마당을 배치함으로써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갖가지 활동이 연속되고 확장된다. 자연스럽게, 마당 안팎에서는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장소가 엮일 기회가 제공된다. 따라서, 공공 마당은 단지 머무르는 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증진된 활기와 활동력이 마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동인이 된다. 결과적으로는, 다채로운 문화 활동들이 자유로이 확장되고 유입되는 유연한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다.
가로와 공원의 활동들이 필로티를 매개로 건물 내부로도 매끄럽게 유입되고, 다시 내부에 나 있는 입체적인 동선을 따라 수직으로 적층된 각 프로그램들과도 연결되어 흐른다. 층마다 각기 다른 프로그램이 분리되어 자리하지만, 계단과 함께 위아래 공간을 여백으로 엮은 보이드를 통해 각 층 또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서로 소통한다. 덕분에 각 층은 독립된 동시에 통합된 에너지를 발산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북아현길과 선형 공원은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생활공간이자 휴식공간이다. 북아현문화체육센터는 그 한복판에서 본연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이 들어선 것과 남아 있는 것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도록 구상된 공공공간이다. 위치적으로나 형태적으로, 또한 프로그램 상으로 마을의 구심점이자 랜드마크로 기능하리라 기대된다.
작품명: 북아현문화체육센터 /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북아현로 51 / 설계: 이지선, 윤승현+㈜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 시공: 주식회사 평광건설 / 건축주: 서대문구청 / 용도: 문화 및 집회시설, 운동시설 / 대지면적: 1,703.7m² / 건축면적: 1,021.72m² / 연면적: 5,308.5m² / 규모: 지하 3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구조 / 완공연도: 2021년 / 사진: 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