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제연 기자 편집 한정민
이화여자대학교 헬렌관 재건축 설계 용역 입찰에서 SSK건축사사무소대표 김수석의 안이 선정됐다. 이화여대는 2014년부터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진행하고 있는데, 헬렌관은 ‘행정/역사·문화 보존 영역’에 포함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곳에는 이화여대의 역사를 상징하는 주요 건축물들이 자리 잡고 있어 캠퍼스의 지리적·상징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헬렌관은 1957년 이화여자대학교 최초의 중앙도서관으로 건립된, 이화여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한국의 대학교 건축양식이 모더니즘으로 전환되던 시기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로 건축사적 가치도 우수하다. 하지만 지어진 지 60여 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로 인한 물리적인 한계에 직면하자, 이화여대 건축본부는 헬렌관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미래 교육환경과 공간수요에 대응하는 첨단학술정보관으로 증개축을 추진키로 했다.
헬렌관 재건축 프로젝트는 연면적 10,280m²에 지하 1층~지상 4층, 총 사업비 260억 원 규모로, 지난 3월 시작한 설계공모전에는 국내 유수의 건축사사무소들이 참여했다. 2위에는 디아건축사사무소대표 정현아, 3위에는 에이치에스플랜건축사사무소대표 김경훈, 4위에는 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김종성가 각각 선정됐다.
SSK건축사사무소의 당선안은 캠퍼스의 건물들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낮은 높이를 제안했으며, 주변 환경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면부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했다. 대지의 레벨차를 활용해 매스에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지하와 지상의 출입구 접근성을 개선했다.
규범적인 파사드와 대비되는 융통성 있는 실내 공간도 제안했다. 캠퍼스 풍경을 품은 아트리움과 적층된 슬라브 공간은 중앙도서관의 전실로서 포화상태인 중앙도서관의 기능을 나누어 맡는다. 슬라브 양측면에는 수직동선을 두어 불합리한 기존 동선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기존 파사드의 디자인을 유지해 헬렌관의 위엄과 품위를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환경 적응 파사드Environmentally Adaptive Facade 시스템을 도입하여 채광과 환기를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일사량, 실내풍동CFD 등 다양한 친환경 설계 시뮬레이션도 활용됐다.
SSK의 김수석 대표 건축사는 ‘한 대학교의 상징적인 건물 재건축이라는 과업을 넘어, 한국 근대 건축사의 흐름 속에서 강한 정체성을 지닌 공간으로 헬렌관을 재해석한다는 점을 계획의 기저에 두었다. 파사드 보존, 중정의 활용, 타워형 매스 등 일차원적 대응을 뛰어넘는 혁신적 대안의 필요성을 느껴, 표피 존치와 함께 후면부를 재가공한다거나 물성의 대비 등 창의적 어휘로 전통을 모범적으로 계승하는 설계안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이충기 심사위원장, 김정임, 신경식, 이윤희, 송승영, 류창수, 남호진은 당선안에 대해 ‘ECC의 외부계단과 연계된 캠퍼스의 질서 안에 있다는 점, 중앙도서관의 콘코스Concourse 역할을 하는 개방감 있는 아트리움을 제안한 점, 레벨차를 이용하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점, 높이를 낮추어 옥상부에 캠퍼스를 조망하는 마당을 조성한 점, 헬렌관의 외피를 존중하면서도 단순하고 명료한 새로운 입면계획을 제시한 점, 본관과 중앙도서관 사이에서 위계를 지키며 캠퍼스의 조화로운 경관을 이끌어낸 점 등이 획기적이고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선안은 ‘이화첨단도서관(가칭)’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학습공간과 창의협력공간, 복합문화공간으로 채워진다. 2026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자료제공 / SSK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