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가압장 리모델링 (서서울 예술교육센터)
Gimpo Booster Station Remodeling (Seo-Seoul Art Education Center)
오래된 기존 건물의 뉘앙스가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외부 수조에 묻어 있는 물때와 크레인실 내벽의 깨진 타일도 덮이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새롭게 덧칠해진 주재료들도 시멘트 벽돌, 금속, 합판 등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마감재들로서, 지나온 시간들의 흔적들을 지우기보다 오히려 의식하거나 조우하고 싶어 하는 게 전해진다.
1979년에 지어져 2003년까지 사용되던 시 상수도 가압펌프시설물이다. 2009년에 주변 일대에 서서울호수공원이 조성 및 활성화된 이후에도 여전히 폐쇄된 채 방치된 곳이었다.
프로젝트는 담수와 기계 펌프 장치를 위해 마련된 구조물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센터’라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작업이다. 물과 기계를 담는 기존의 기능에는 공간의 규모가 적합했겠지만, 사람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담기에는 방대하고 과도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투박하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구조 부재도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반 건축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적 잠재력과 특별함은 분명 있다. 도시의 거대한 기반시설이 만들어내는 비일상성非日常性, 리모델링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연히, 최소로 덜어내고 최소로 덧대는 방식으로 기존 구조물의 뼈대와 형태를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동선이 내외부와 위아래로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하나로 흐르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외부 수조 공간은 원래 높이 그대로 선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다채로운 창작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목공 워크숍과 텃밭 가꾸기 등 예술교육센터가 진행할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차차 채워지게 된다. 저수조를 가로지르는 기존의 관리 동선이 센터 진입로 및 관람이 가능한 브리지로 자연스럽게 이용되고 있다. 상부의 브리지에서는 하부의 선큰 공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서 다양한 방향으로 시선을 유도하며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도록 동기를 유발한다. 천장고가 높은 내부 공간인 크레인 실은 개방된 공연장이자 홀로 변모되어 있다. 부분적으로 슬래브를 추가해 외부 브리지와 동선 상의 연결을 꾀하고 있다.
노후된 기반 시설이 개선되고 시민에게 개방되면서 공원과 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이 비로소 온전해졌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구조 보강, 단열, 방수 등 기본적인 문제가 선결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기에 물과 기계를 위한 오래된 공간이 선사하는 특별함은 현장의 어려움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다만, 자연과 어우러진 특별한 예술 교육 공간으로서 새롭게 담길 앞으로의 시간들이 여전히 미완으로 남겨진 부분을 채워주지 않을까 희망한다.
작품명: 서서울 예술교육센터(김포가압장 리모델링) / 위치: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동 267번지 외 / 건축가: 정현아 / 대지면적: 7,586m² / 건축면적: 672m² / 연면적: 1,190.17m² / 건폐율: 8.86% / 용적률: 6.51% / 규모: 지하 1층,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외장재: 홈벽돌, 적삼목 외 / 구조설계: (주)터구조 / 기계, 전기: (주)하나기연 / 시공: (주)미래공간 씨앤디 / 완공연도: 2016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