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하이브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 + 김인철
이름 그대로다. 인간의 손으로 재현해놓은 도심 속 거대한 벌집,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겠다. 마름모로 타공된 백색 입면으로 형상화된 모습이 조각품처럼 서 있다. 신선한 충격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질 때쯤이면 강남대로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강남교보타워와 마주보고 서 있는 ‘어반 하이브’ 말이다. 실제로 두 건물은 구조와 디자인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물은 구조체가 외피 안에 숨겨지는 구조다. 하지만 어반 하이브는 그 반대다. 외벽 자체가 구조체가 되는 동시에 외관 디자인이 되고 있다. 옷으로 얘기해보자면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형식으로 옷을 뒤집어 입혀 놓은 과감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제안한다. 그로 인해 이미 2008년에 건축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마곡 하이브의 구조 형식도 이와 같다. 기둥과 보를 사선으로 결합해서 중력의 흐름이 반듯하게 내려오는 방식의 구조벽을 먼저 세운 후, 각 응력선의 사이를 마름모꼴로 덜어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필요 없는 구조면을 제거함으로써 그만큼의 무게와 재료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구조체에 대한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은 당연히 내부 공간에도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들을 가능하게 했다. 내부를 구획하는 유리벽과 구조체 역할을 하는 외벽을 분리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빈 공간이 있다. 이 사이공간이 건물 전체를 감싸는 일종의 여백이 되면서 또 하나의 공간감 있는 외피가 되고 있다. 비워져 있으나 때로는 빛으로 때로는 그림자로 때로는 실질적인 동선으로 채워지면서 비움과 채움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여운을 제안한다.
연구와 실험이 주로 이루어지는 부속시설들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7층 높이의 아트리움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아트리움 역시 물리적으로는 비어 있다. 하지만 그저 비어 있는 장소가 아니다. 각 층을 오가는 걸음과 시선들, 천창으로 투과되는 빛, 외벽 구조체가 만들어내는 마름모 모양의 그림자들,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그 모양과 농도가 달라지는 그림들이 묘하고도 흥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폴리카보네이트 판을 타고 흘러내리는 빛은 1층 로비로까지 가 닿는다. 하얀 자갈로 채워진 투명한 레진은 덕분에 환하게 빛을 내며 공간을 따라 흘러가는 듯하다. 이처럼 입면과 진입부터 시작되는 마곡 하이브의 매력이 혼자서 반짝이는 데 그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가로와 도시를 따라 흘러가며 건축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자극이 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