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문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인재 발굴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대한민국건축대전‘의 올해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 1작, 우수상 3작, 특선 3작, 입선 25작, 총 32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대한건축학회와 대한건축사협회가 후원하는 대한민국건축대전은 국내 건축 공모전 가운데 최고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공모전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는 국제 공모전으로 개최되고 있다.
41회를 맞은 올해의 주제는 ‘보이지 않는 정체성Invisible Identity‘이다. 사전적으로 ‘정체성’이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질을 말하는데, 건축 분야에서는 대개 역사, 보존, 디자인과 같은 특정 영역 내에서 변하지 않는 실체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러한 건축의 정체성은 때로는 시각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장소성이 건축 전체에 표현되어 드러나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긴다. 건축에서 정체성을 추구함에 있어, 우리에게 익숙한 ‘보이는 정체성’을 넘어선 ‘보이지 않는 정체성’에는 무엇이 있을지, 나아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라는 물음이다.
올해 건축대전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는 정체성’의 면면을 탐구한다. 직설적으로 해석하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드러나지 않는 건축이 될 수도 있고, 포괄적인 시각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연관 지을 수도 있다. 좀 더 과감하게 접근하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와 연관하여 가상공간 안에서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도 가능하다. 핵심은, 초연결 시대를 맞아 다양하게 전개되는 패러다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건축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3월부터 시작된 올해 공모에는 총 224개의 작품이 제출됐다. 7인의 심사진은(황두진위원장, 황두진건축사사무소, 김성욱아주대학교, 이강준한양대학교 ERICA, 이용주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유경주.정일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이정훈주.조호건축사사무소, 장윤규국민대학교, 운생동건축)은 ‘프로그램을 통한 건축 완성 능력’, ‘서론부터 해답까지의 아이디어를 풀어가는 과정’, ‘주제 관련 적합성과 독창성’을 기준으로 3단계에 걸쳐 평가를 진행했다. 1차 심사를 통해 47개의 작품을 선정하고, 2차 심사에서 다시 32개의 작품을 추렸으며, 그중 7개 작품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나머지 25 작품은 입선작으로 결정했다.
대상인 ‘데이터 발전소’는 현실-기술-실재-가상을 키워드로 삼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무수한 데이터로 뒤덮인 사회에서, 사실의 실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본 작품이다. 작업은 ‘영화’라는 가상현실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진행되는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건축적 실체를 통해 연결한다. 즉, 엄청난 디지털 기호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미래의 우리는 데이터를 더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현실 너머에 있는 디지털적 가치와 관계 맺는 건축의 모습을 탐구하는 ‘In&Out of Grid’, 파편화된 기억을 재조합하는 해방촌 재색 프로젝트인 ‘생산하는 기억저장소’, 도심 속 명상·문화·공원, 봉안당 계획안인 ‘오픈 카타콤’이 각각 우수상으로, 인천역 인근의 위치한 올림포스 호텔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모색한 ‘Camping in the City’, 마포대교를 상하부로 나누어 각각 주거와 공원이라는 용도를 부여하고 도시 구조를 확장한 ‘Cross-Link City’, 생산과 소비가 공존한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 ‘Line of Coexistence’가 특선으로 선정됐다.
심사진은 수상작을 발표하며 총평을 통해, 국제 일반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생 작품만 제출된 점, ‘보이지 않는 정체성’이라는 주제와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은 점 등에서 다소 우려했다는 심사 후기를 전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작업의 성실성과 표현력은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었으나, 주제와 방법론에 있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시상식과 전시회는 11월 8일부터 13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자료제공 / 한국건축가협회
대상
데이터 발전소, 사실의 실재를 위한 데이터 여과 장치 _ 김윤주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우수상
In & Out of Grid; MZ세대를 위한 디지털 또는 탈-디지털의 공간 _ 안태혁동명대학교
우수상
생산하는 기억저장소; 파편화된 기억을 재조합하는 해방촌 재생 프로젝트 _ 김지환홍익대학교
우수상
오픈 카타콤; 도심 속 명상·문화·공원, 봉안당 계획안 _ 강승지동명대학교
특선
Line of Coexistence _ 이하영동의대학교
특선
Cross – Link City; 마포대교 선형도시 계획안 _ 장주영동의대학교
특선
Camping in the City _ 노병우한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