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효진 기자, 전진석 인턴기자
젊은 건축가와 예술인을 위한 건축 문화 플랫폼 ‘스페이스 코디네이터’가 주최한 ‘2022 젊은건축가 공모전’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열린 정치 공간’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공모에서는 캐나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이란,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참여자들이 경합을 벌였으며, 대상 1, 최우수상 1, 우수상 2, 입선 3, 총 7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서울시 건축문화 활성화 사업의 일환이기도 한 ‘젊은건축가 공모전’은 ‘사회적 건축’이라는 실험적인 전제에서 출발하여, 젊은 건축가들의 시선으로 시의적 주제를 논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건축 영상 공모전이다. 첫해에는 ‘코로나 이후의 건축’, 두 번째 해에는 ‘기후 변화’를 다루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새로운 건축적 해법을 발굴하고 의미 있는 담론을 형성한 바 있다.
3회를 맞은 올해의 주제는 ‘열린 정치 공간’.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 세종 국회의사당 건립 등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 이슈가 많은 요즘, 정치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보자는 주제다. 밀실 정치에서 열린 정치로의 진화를 꿈꾸며, 이를 가능케 할 새로운 공간, 창의적인 건축적 장치를 상상해보자는 것.
39일간 접수 진행된 공모에는 국내 9 작품, 국외 10 작품이 최종 접수되었는데, 정치와 정치 공간에 대한 개념과 규모가 개인마다 다른 만큼,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도시적인 규모까지, 참가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었다.
대상은 인간이 아닌 ‘양 떼’의 시점으로 제네바의 상징적 공간을 바라본, 스위스의 젊은건축가 Julian Wäckerlin에게 돌아갔다. 영상의 배경은 제네바 중심에 위치한 ‘나시옹 광장’으로, UN본부, 세계무역기구, 국제노동기구 등 세계 정치, 사회를 주도하는 굵직한 국제기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러한 기관들은 물리적으로는 분산되고 고립되어 있지만 연속성의 가능성 또한 가지고 있는데, 영상에서는 이 광장을 거니는 수백 마리의 양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양 떼를 지켜보는 수많은 드론의 모습도 함께 노출하며 감시가 일상화된 현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양 떼’라는 새로운 행위자를 통해 도심에 대한 대안적 사고와 분산되고 단절된 제네바의 국제기관들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 작품은 ‘감시받는 인간에 대한 생각과, 정치에 대한 특성을 가장 낮은 시점부터 높은 시점까지 여러 시점의 변화를 통해 보여준 점’에서 사회·정치적 이슈를 어떻게 건축의 범주로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로 드러낼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최우수상은 현재의 국회의사당을 리뉴얼하여 대중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든 서준배의 ‘Res Publica-새로운 국회의사당’이 선정됐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정치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현 국회의사당에서 부족한 ‘자유로움’, ‘투명함’, ‘가까움’,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하여 국회의사당의 리모델링과 국회의사당 앞의 광장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심사진은 “광장을 통해 도시적 측면에서의 열린 개방성을, 국회의사당을 통해 건축적 측면에서의 열린 공간을 제안한 안으로, 실제로 실현된다면 ‘국회의사당’이 정치인을 위한 공간에서 일반 대중에게 ‘열린 정치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호평을 전했다.
우수상은 가상 공간에서의 건축과 아카이빙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을 탐구한 Farah Michel의 ‘La Tnswa’와, 지구온난화로 재해를 입은 미래 사회를 대상으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제시하며 그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그려낸 Giacomo Rossi & Qianer Zhu 팀의 ‘Future and Future: Cooperativa de Vivenda’가 선정됐다.
이 외에도 3팀의 입선을 포함 총 7팀이 수상자로 선정되어 각각 상금과 서울시장상을 수여 받았으며, 지난달 12일에는 시상식 겸 심포지엄도 개최되어 열린 정치 공간에 대한 담론을 확장시키는 시간도 가졌다. 수상자들의 작품과 인터뷰는 공식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료제공 / 스페이스코디네이터
대상
The World And The Flock _ Julian Wäckerlin
국제도시 제네바에 ‘양 떼’라는 요소를 상정하고, 분산, 고립, 단절 되어 있는 각 영역과 건축물을 초월해 도시를 바라보는 대안적 해석을 제시한다.
프랑켄슈타인, 음모론 그리고 역사적 인물의 가족사를 엮은 독특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하며, (비) 구축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결정하는 공간적 요소로서의 양 떼가 등장해 제네바의 국제기관들과 지역민, 관광객, 비회원국들과의 보다 강력한 연계를 꾀한다.
최우수상
Res Publica–새로운 국회의사당 _ 서준배
열린 정치 시대에 발맞춰 발전해 온 현재지만, 정치의 핵심인 국회의사당은 아직 새로운 방식의 정치 형태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회의사당이 지닌 구조적 한계를 발견하고 재편집하고자 한다.
국회 전반의 비 개방적 성격을 새로운 마스터 플랜을 통해 수정한다. 국회의사당 내부에서 핵심으로 보았던 부분은 지붕, 국회의사당 가운데에 박혀있는 불합리한 구조, 무게를 지탱하지 않는 24개의 외부 기둥, 내부가 보이지 않는 입면이다.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국회의사당의 공간을 개선해 나가되, 이곳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곳이라는 상징성도 고려하여, 기존 회의장은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는 태도로 접근한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기반 삼아 탈바꿈한 국회의사당은, 국민들에게 열린, 새로운 열린 정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우수상
Future after Future: Cooperativa de Vivienda _ Giacomo Rossi, Qianer Zhu
스페인 최남단에 위치한 알메리아는 글로벌 식품 생산과 이주 현상이 혼재하며 충돌하는 장소이다. 2031년 강력한 허리케인이 알메리아에 상륙하여 1주일간의 폭우와 통제 불가능한 홍수를 야기했다. 수백 명의 농부와 노동자가 직업을 잃었고, 12,000헥타르의 온실이 쓸려 내려갔다.
취리히에서 온 농부인 윌리는 골프 여행을 갔다가 이 재앙에서 기회를 포착한다. 그는 즉시 농부들의 보험 보상금과 그들이 저축한 돈을 모아, 집을 잃은 농부와 노동자들을 위한 집과 호텔, 레스토랑 등의 관광 산업이 결합된, 미역 재배를 위한 새로운 조합을 만든다.
2036년, 농부와 노동자, 그리고 관광 업계는 새로운 협업 관계에 있다. 과거 독립적이었던 단체들 사이에는 연계가 형성되고 정치적 대표성이 강화된다. 이제는 공유되는 육지와 해상 자원의 운용에 대해 모두가 동등한 투표권을 지닌다. 또한, 이주 노동자들은 3년간의 계약과 법정대리권도 지닌다. 여름에는 관광업에, 겨울에는 온실에서 일하며 경제 체계 안에서 이들의 역할은 더 이상 감춰져 있지 않다. 농부들의 소득 경로도 다양화되며 보다 안정적인 모델을 구축한다. 연안의 풍력 발전소와 유럽 북부에서 온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들은 소득을 분산시키고, 기후 변화나 모로코와의 경쟁과 같은 글로벌 요인을 직면함에 있어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을 높인다.
알메이라의 냉혹한 현실과 완벽히 단절되었던 관광객들은 지역 커뮤니티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식품 산업의 작동 기제는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또 배를 타고 연안의 농장을 둘러보며, 미역이나 굴 수확을 체험하기도 한다.
2036년, 함께 사는 것은 알메리아의 정치적 경관을 탈바꿈시켰다. 공동 생활은 서로 다른 사회적 집단 뿐 아니라, 육지와 해상 사이에도 적용 되었다. 사람들은 마침내 경쟁을 협업으로 대체해야 하며 자원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함을 깨달았다.
우수상
Lā Tnswā – Virtual Architecture as Open Political Space _ Farah Michel
1900년부터 현재까지 카이로의 혁명에 대한 데이터를 공간화하는 오픈소스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가상의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정치 활동’과 ‘스토리텔링’의 교차점에서, 혁명에 대한 기록, 사진, 영상 등의 아카이브를 통해, 개인의 기억과 국가가 구축한 역사 간의 상반관계를 다룬다. Lā Tnswā는 카이로의 정치적 공간에 상응하는 특별한 캐비닛 안에, 데이터를 하나의 유물로 접근해 지리와 시간 순서에 따라 정리한다. 이 때 스케일을 바꾸어 개별 서랍을 하나의 방으로 만들고, 큐레이팅된 유물들은 정치적 기억의 경관으로 통하는 포털이자 비선형적 네러티브를 구축할수 있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