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War memorial
한울건축 | Hanul Architects & Engineers Inc.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게 되지만 흔적은 어떤 모습으로든 남는 법이다. 아니, 어떤 모습으로든 남겨서 기억해야 되는 상처가 있다. 인류가 인류에게 행하는 어쩌면 가장 잔인한 역사인 전쟁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하루하루의 평화로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그 평화를 쟁취하고 안착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 제물로 받쳐져야 했는지, 백해무익의 역사를 반복하는 어리석음 대신 인류가 후대를 위해 어떤 길을 물려줄 것인지, 돌아보고 다짐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그려보는 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 용산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자리한 전쟁기념관은 이러한 묵상이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되어 펼쳐진 곳이다.
대지는 중앙에 위치하는 상징영역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녹지휴게공간인 일상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상징영역의 전면에는 추모 기능을 갖춘 기념관이, 후면에는 전쟁과 관련한 여러 유품들과 사진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각각 자리한다. 기념관은 호국 추모관을 정점으로 하여 원형 광장에서 시작하는 중심축 상의 공간들이 일련의 과정들처럼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 배치와 구성을 통해 희생을 대면하는 태도에 관해 경건하고 추모적인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비일상적인 체험을 통해 전쟁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라는 의도가 전해지는 장소다. 후면에 위치하는 박물관은 동서 양쪽에 각각의 아트리움을 가진 전시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추모관과 달리 이곳은 보다 일상적인 분위기를 띈다. 관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동선을 우선으로 배려한 기능적인 공간으로서, 전쟁의 잔혹함에 관한 실상과 포괄적인 이해를 돕는다.
추모를 상징하며 묵직하게 펼쳐진 건축물보다, 수많은 역사적 지식과 볼거리를 갖춘 전시품들보다, 그 무엇보다 장엄하게 다가오는 풍경은 공간을 둘러싼 평화롭기 그지없는 공원의 모습이다. 건물을 에워싼 연못이 미풍을 따라 잔잔하게 물결을 만들어내고, 그 주변을 잔디가 초록의 실크처럼 땅을 덮고 있다. 널찍한 광장을 향해 누구나 위풍당당하게 모여들어 웃고 즐기며, 하늘 아래 각 국의 깃발들이 자유롭게 펄럭인다.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겪었지만 결국 쟁취하고 지켜낸 평화를 이야기하고 은유하는 듯하다. 그래서 전쟁기념관이라기보다 일상의 평화를 누리고 노래하는 유유자적한 공원이다.
작품명: 용산전쟁기념관 / 위치: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 건축가: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 용도: 문화및 집회시설(박물관) / 대지면적: 116,749.00㎡ / 건축면적: 19,257.01㎡ / 연면적: 85,295.80㎡ / 규모 : 지하 2층, 지상 4층 / 완공: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