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집
Madang House
정육면체로 규격화된 공간을 위에서 그리고 아래에서 일정 부분 오려낸 모습이다. 반듯하게 덜어진 공간만큼 열려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변을 향해 닫혀 있는 구조다. 짙은 먹색의 벽돌이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외관이 견고하게 다가온다. 마치 작고 단단한 성 같은 느낌이 든다. 동시에 중후하고 멋스러운 색감의 안쪽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내부의 일부만을 슬쩍 흘려 보이기만 하고 전체가 닫혀 있으니 호기심을 더 자아내는 것 같다.
신도시의 택지개발지역 내에 위치하는 좁은 대지에 자리하고 있다. 규정상 담장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고, 현실적으로 사면이 이웃집들로 둘러싸인 곳이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소통을 전반적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면이 막힌 밀도 높은 주택지에서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해법은 내향적인 집이 되는 것이다. 한때 고밀도의 도심 주거지에 적용해 온 도심형 한옥의 구조를 떠올린다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도심형 한옥이 외부에 대해서는 폐쇄적이지만, 내부 공간은 마당을 향해 개방적이다. 안팎이 대조적인 도심형 한옥의 구조를 차용해, 사면의 이웃집들에 관해서는 등지되 내부 공간들끼리의 소통과 개방감은 극대화되어 있다.
전형적인 ㅁ형 구조로, 마당을 중심에 두고 대지 외관을 따라 좁은 폭의 방들이 둘러 앉아 있다. 외부에서 보이는 집은 대지 외곽을 따라 창문도 없이 막혀 있는 벽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부에서는 모든 방이 마당을 향해 널찍하고 환하게 열려 있다. 외부와 내부가 소통하는 통로는 담장처럼 낮은 남향의 벽면과 동쪽으로 나 있는 대문, 두 요소뿐이다. 사면 중 한 면의 볼륨을 담장 같이 낮춘 것은 남향 빛을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덕분에 닫힌 구조에도 불구하고 마당 가득 햇살이 넉넉하게 채워진다. 마당을 거친 햇볕은 다시 투명하게 열린 유리창과 반투명하게 열린 한지 창을 통해 집안 곳곳에 스며들며 내부공간을 따뜻하고 환하게 한다. 도심형 한옥이 그러하듯, 이 집에서 마당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거실이자 자연광을 담아두고 유통시키는 빛의 우물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인 외부 마감으로 사용된 재료로, 색감과 패턴과 물성이 서로 대비되고 대조되는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외벽은 거친 질감의 벽돌로 둘러싸여 있지만 마당의 내벽은 매끈한 목재로 마감되어 있다. 벽돌은 짙은 고동색이 슬쩍슬쩍 묻어나는 먹색인 것에 비해, 목재는 전형적인 나무의 갈색을 띈다. 벽돌은 자잘하게 쌓여 올라가며 가로 패턴을 엮고 있는 반면, 목재는 가늘고 기다란 세로 패턴을 빗줄기처럼 시원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두 가지의 물성이 절제된 비율로 짜여 있어서 닫힌 구조임에도 옹졸해 보이지 않고,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진중함의 깊이가 전해진다. 이것이 고요하게 우러나는 마당집의 무게다.
작품명: 마당집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543-10 / 설계담당: 이문휘, 이윤호 / 지역지구: 제1종전용주거지역 / 대지면적: 234.75m²/ 건축면적: 113.01m² / 연면적: 255.72m² / 건폐율: 48.14% / 용적률: 89.64% / 규모: 지상2층, 지하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용도: 단독주택 / 외부마감: 적벽돌, 노출콘크리트 / 건축주: 최철규, 박혜숙 / 완공: 2012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