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ID 병원
반듯하고 매끈한 육면체 그 자체다. 시선을 끌기 위해 틀거나 깎거나 들어 올린 어떤 비정형의 장치나 시도도 없지만, 육면체의 순전함을 고집하는 모습 때문에 오히려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시대에 맞는 건축의 미적 가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장식은 죄악’이라고 하던 근대 건축가 아돌프 로스를 마치 크게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그 순전함 때문에 강한 고집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벽돌과 타공패널과 복층유리, 각기 다른 감성을 표현해내는 재료들에 의해 고층의 수직적 구조가 적절한 비율로 분절된 모습이 세련되고도 유연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대지는 서울 논현동으로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강남대로 한복판이다. 건물에 담아낸 프로그램은 ‘토탈성형센터’다. 하나의 건물 안에 성형외과 및 그와 관련한 의료시설들이 연계되고 확장되어 뷰티와 스킨케어까지 융합된 토탈 관리프로그램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성형외과병원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단일진료과목을 다루는 병원시설물이나 대학종합병원과는 다른 개념인 만큼 건축공간의 유형 또한 기존 병원과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ID병원에서는 내부와 외피를 함께 연계시킨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내부공간에 자리하는 각 프로그램의 기능에 따라 외관에 사용되는 재료의 물성과 디자인을 달리하며 일종의 ‘프로그램 띠’를 수직적으로 적층해놓은 것이다. 지하6층에서 지상16층 규모로, 크게 메디텔과 뷰티케어의 두 개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최상부에는 로비 역할을 하는 루프라운지, 그 하부에 상담과 전문적 컨설팅을 위한 메디텔 라운지, 지하에 뷰티-케어라운지가 배치되어 있다.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지상1층은 도시의 흐름에 따라 호흡이 이루어지고 자유롭게 접근 가능하도록 홀로 열어 두고 있다.
3개의 라운지를 분산 배치한 것은 원거리를 오르내려야 하는 고층 빌딩 내에서 각 프로그램간의 원활한 소통과 순환을 돕기 위함이다. 내부공간의 기능에 맞추어 각기 다른 ‘프로그램 띠’로 표현된 건물의 외피는 결과적으로 그라데이션 타워로 나타나고 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내부공간에 담기는 프로그램의 내용은 변화되거나 새로 삽입되거나 진화되어 갈 것이다. 그라데이션 스킨은 그때마다 즉각적으로 그리고 유연하게 반응하여 건축적으로 편집 가능한 살아 있는 몸체로서의 건물을 증명해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젝트: 논현동 ID 병원 / 위치: 강남구 논현동 5-6번지 / 설계: 김동진(홍익대학교) + ㈜로 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 CM: CBRE Korea / 감리: 에이아이건축 / 시공: 삼일기업공사 / 구조: SDM구조기술사사무소 / 토목: SK엔지니어링 / 전기: 하나기연 / 기계: 하나기연 / 건축주: ㈜한세리미티드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631.30㎡ / 건축면적: 373.49㎡ / 연면적: 6909.21㎡ / 건폐율: 59.16% / 용적률: 799.84% / 규모: 지상16층, 지하6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 / 마감: 청고벽돌, 타공패널, 로이복층유리 / 설계기간: 2013.5~2013.10공사기간: 2013.10~2015.9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