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안재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IROJE KHM Architects
뒤로 올려다 보이는 산 능선을 똑 닮은 모습이다. 산봉우리를 따라 솟아오르고, 꺾여 내려오는 흐름을 따라 집도 흘러내린다. 주변 풍광을 의도적으로 따르고 그 맥락에 동참함으로써 조화를 꾀한다. 저무는 태양빛에 묘한 보랏빛을 발하는 지붕이 작은 언덕처럼 자연 속에 슬며시 스며들고 싶어 하지만, 물성과 형태가 인공적으로 깎아놓은 오브제처럼 도드라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산과 주변의 수목이 집의 그 마음을 알겠다는 듯 넉넉하게 품고 있다.
대지는 용인 광교산 등산로 입구의 자연녹지지역에 위치한다. 풍치가 좋은 경사지로서 산속에 개발된 전용주거단지 중의 일부다. 특히 건너편에 마주하는 산은 개발되지 않고 자연녹지로 보존되는 만큼 집에서 조망하기에 이상적이다. 그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거실 등의 주요생활공간의 주방향이 산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단, 영구적 자연 풍광을 바라본다는 매력적인 선택을 한 대가로 집은 북서향을 전면으로 삼는 비효율의 문제를 안게 되었다. 북향의 아름다운 조망이 선택이었다면, 남동향의 자연광을 집안 깊숙이 유입시키는 작업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였을 것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것은 여러 개의 유리상자다. 일명 ‘빛의 유리상자’가 실내 공간의 여러 높이에 구성되면서 결과적으로 모든 방들이 각각 고유의 투명한 유리정원을 자연스레 갖게 된 것이다. 유리상자 속에는 꽃이나 과실수가 심겨져 있어 유리정원처럼 자리한다. 3개 층 높이로 수직 개방되어 있는 거실, 식당 등의 주요 공간 위에 떠다니는 여러 개의 유리정원들이 각 발코니 창으로 유입되는 모든 빛을 머금고 실내 깊숙한 곳까지 전달시킨다.
빛의 유입이라는 동일한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계단참, 계단난간, 브리지 난간 등에도 투명한 유리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안팎으로 다채로운 각도의 굵고 큼직한 프레임이 많지만 유리 소재 덕분에 시각적인 흐름도, 빛의 흐름도 모두 원활하다.
유리정원은 물론, 투명한 유리 소재가 시각적으로 하나인 것 같은 공간을 묘하게 구획하며 공간과 공간을 여러 겹으로 중첩시킨다. 그 표정이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무한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또한 어디에서나 모든 움직임과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니 경쾌하며 역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들이 자안재의 상징적인 인상이다.
프로젝트: 자안재 / 건축가: 김효만–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디자인팀: 정경진, 임지원, 박은해 / 건축설계사: MOA. 오성영 / 계약자: JEHYO / 위치: 경기도 영인시 수지구 신봉동 765-15번지 / 용도: 거주지 / 대지면적: 554m² / 건축면적: 110.28m² / 연면적: 290.88m² / 구조: 콘크리트 구조 / 외부마감: 알루미늄 시트, 노출 콘크리트 / 내부마감: 노출 콘크리트, 래커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