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지안이네
시골집은 도시와 전혀 다른 컨텍스트에 놓인다. 밀도 높은 컨텍스트에 둘러쌓인 도시 주택이 협소한 대지 속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들어선다면, 시골집은 낮은 밀도와 높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이러한 컨텍스트의 차이가 집의 형태 뿐만 아니라 외부공간과 배치, 심지어 그 집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건축주는 1년 반 전 처음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를 찾아 부모님댁 설계를 의뢰했고, 이제 강릉 지안이네를 짓기 위해 다시 한번 건축가를 찾았다. 지안이네는 마당과의 관계성을 중요시 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와 같은 맥락으로 진행됐다.
집은 오각형의 대지 모양을 따라 가운데 마당을 품은 모양으로, 동쪽에 위치한 지안이네 외갓집을 향해 한쪽이 트인 ㄷ자 형태로 배치되었다. 크게 본동과 별채로 구성되며 이 둘을 외부 회랑이 연결하고 있다.
대지를 꽉 채운 집의 볼륨은 밖에서 봤을 때 자칫 위압감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좁은 도로와 접해 있는 별채는 최대한 낮고 완만한 경사를 가진 지붕으로 도로폭에 맞는 스케일로 계획했다.
별채와 이어진 짧은 회랑은 단순한 이동 통로로써의 개념을 넘어선다. 사람들은 별채의 툇마루, 평상, 짧은 회랑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공간에 반응한다. 비를 맞지 않고 이동하기 위한 공간이 아닌 행위의 공간으로 사용되는것이다. 별채 공간과 마주한 정주 공간 사이 외부 마당은 약 0.8미터 정도의 단차로 위계를 형성한다. 이는 외부인이 진입할 때 별채로의 접근은 조금 더 수월하지만 주거동으로의 접근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게끔 만드는 장치다. 툇마루와 평상 덕분에 내외부 공간의 흐름이 긴밀하고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가족들은 언제든지 시선을 나누며 집안 어디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주방은 집의 중심, 별채와 동일한 레벨에 놓인다. 따라서 집의 모든 곳, 즉 마당에서 노는 아이, 별채에서 일어나는 행위 등 집안 내부의 모든 일을 주방에서 볼 수 있다. 거실은 주방 위 복층에 자리해 주방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식탁 앞쪽 공간은 스탠드 형식의 계단으로 수납을 용이하게 하고 마당의 툇마루와도 연결되어 외부 공간으로 확장성을 더해준다. 이 집에서 주방은 단순히 요리와 식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때로는 응접실의 역할도 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건축주는 목구조의 집을 원했다. 넓은 개구부를 가진 곡선형 볼륨을 구현하고자 중목구조와 혼합된 경량목구조를 선택했다. 특히 중앙 곡선 구간과 다락 그리고 용마루 부분은 온전한 중목구조를 사용했다. 중목 구조의 기둥과 보는 내외부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경량목구조의 서까래는 외부로 노출되어 따뜻한 느낌을 한층 더해준다.
프로젝트명: 강릉 지안이네 / 위치: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373-6 / 설계: 고영성, 이성범, 이미현 –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 시공: (주)위집 / 건축주: 남동혁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710m / 건축면적: 155.25m² / 연면적: 161.71m² / 건폐율: 21.87% / 용적률: 22.78% / 규모: 지상2층 / 높이: 4.59m / 구조: 목구조 / 외부마감: T20 벽돌타일, 적삼목, 구로철판, T42 투명 로이삼중유리, 외단열시스템, 알루미늄 징크(지붕재) / 내부마감: 원목마루, 지정타일, 친환경페인트, 합판 위 바니쉬 도장 / 주차: 1대 / 설계기간: 2017.6~2017.10 / 시공기간: 2017.11 ~ 2018.06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