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리모델링
“서울 개화기의 역사가 새겨진 땅에서 이 건축공간이 차지하는 물리적 비중만큼이나 도시나 공동체를 향한 역할도 그러해 왔는가?”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신부님들이 제기한 단순한 질문이 시작이었다. 변화의 움직임을 예고한 문제 제기에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찾았다. 개별적인 건축 행위 안에 머물지 않고, 주변 공동체와 거리, 나아가 도시와 공유하는 ‘확장성’을 부여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1968년 수도원 신축에 이어 1988년 교육회관이 들어선 이래, 신부님들의 수도 및 선교와 더불어 일반 시민들도 활동이 가능한 문화복합공간 역할까지 해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에 부합하여 종교시설물로서의 대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자면 건축공간의 경계가 물리적으로 열려 있을 필요가 있었다. 기존 건물 옥탑 층을 아트리움으로 확장, 변경하여 옛것과 새것을 통합시키는 상징적 공간에 개방감을 확연히 부여했다. 거리를 향해 접해 있는 입면에도 유리의 대표적인 물성인 투명성을 강조했다. 실내에서도 개방적이고 가변적인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덕분에 안팎이 서로를 바라보고 또 반추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확장과 개방을 보여주는 창은 빛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존 건물에서 빛은 측면 창을 통해서만 일률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실내를 중복도로 사용하던 층에서는 자연광의 존재가 특히 미미했다. 증축공간에서 철골구조가 보장하는 큰 공간 덕분에 빛을 여러 형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창가 원목프레임으로 유입되는 반사광, 대리석을 뚫고 들어오는 투광, 천창을 통해 흡수되는 천광, 벽돌 사이로 흩어지는 분산광, 타공 루버를 통한 간접광 등 무한대로 주어지는 빛이 아까워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 것이다. ‘어둠에 비치는 빛’은 자연광의 실내 유입이라는 건축적 의미를 넘어, 신앙의 세계가 건축이라는 물리적 현실로 구현되는 모습을 상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유서 깊은 정동길의 막내에 속하는 건물, 그 40여 년의 연륜을 존중함으로써 도시의 역사적 맥락을 거스르지 않고자 했다. 시간이 축적된 뼈대 그대로 기존의 구조를 가공 없이 드러냈고, 원래 주재료인 붉은 벽돌에 어우러지는 목재, 금속, 시멘트 등으로 새로운 물성을 덧입혔다. 정동길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봤을 때, 기존의 질서와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지금의 시대성을 이야기하며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으리라 기대한다.
작품명: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수선 및 증축공사 / 설계: (주)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이철훈, 김성욱, 이우주, 이지연, 김민지, 도현경, 문호성 /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17-1 / 용도: 종교시설,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3,867.00 m² / 건축면적: 1,597.63 m² / 연면적: 10,193.33 m² / 규모: 지하2층, 지상7층 / 높이: 31.1 m / 주차: 50대 (기존 38대+증축 12대) / 건폐율: 41.31% / 용적률: 201.41% / 구조: 철골 철근 콘크리트 구조 / 외부마감: 적벽돌, 유리커튼월 / 내부마감: 시멘트벽돌 위 친환경페인트, 석고보드 위 친환경 페인트, 알라바스터, 캐나다산 햄록 & 라왕원목, 합판 / 구조설계: (주)경제구조엔지니어링 / 시공: 씨엔오건설주식회사 / 기계설계: (주)보우기술공사 / 전기설계: (주)시엔에스엔지니어링 / 그래픽디자인: (주)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 / 설계기간: 2013.1~7 / 시공기간: 2013.8~2014.2 / 공사비: 48억 / 건축주: 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