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빌딩
성수동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붉은 벽돌로 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1960년대부터 벽돌로 지어진 공장과 소규모 주택들은 붉은색을 드러내며 성수동의 도시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2018년도에는 서울시가 ‘붉은 벽돌 마을’ 사업을 통해서 이곳의 붉은 벽돌로 된 건축물을 수선 및 신축하는 것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성수동의 이러한 골목에 용필름의 사옥이 지어졌다. 영화제작사인 만큼, 사옥이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건축주의 바램이었다. 성수동의 도시적 컨텍스트를 고려하는 동시에, 부지의 면적을 활용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건축물 자체의 얼굴이 잘 드러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용빌딩은 벽돌 외관을 활용하면서, 층층이 박스를 쌓고, 거기에 변주를 하는 방법에서 그 답을 찾는다. 한 층에 최대 면적인 40평 남짓한 크기의 박스를 차례대로 쌓은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면을 밀고 당긴다. 여기에서 생기는 어긋나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발코니가 되거나 아래층의 지붕이 된다. 자칫 층층이 어긋난 매스들로 인해 건물이 불안정해 보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1층에는 2개의 매스를 놓아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쌓인 박스들의 표정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박스 하나의 면마다 1개의 창이 배치되었다. 또한 1층을 1m 정도 들어 올려 지하에도 자연광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가로 방향으로 박스의 변주를 통해 리듬감을 주었다면 세로 방향으로 있는 창들은 비교적 비슷한 위치에 있어 통일감을 준다. 이 창들은 여러 방향으로 나있어서 내부에서 다양한 빛의 분위기를 경험하게 한다.
평범한 계단에서도 계단실의 벽은 박스의 돌출에 맞춰 들어갔다 나온다. 박스의 변주에 맞춰 평범한 계단 내부 공간들도 좀 더 다채로운 표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1층 매스 사이에 있는 기둥은 영화사 이니셜인 YF를 형상화했다. 건물 외관에 매스의 변화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일자 기둥을 피한 선택이었다. 기둥이 화룡점정처럼 포인트가 되면서 붉은 벽돌의 성수동 컨텍스트 안에서 용빌딩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85-259 / 설계: 정구원 (DAAL 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정구원, 김경아 / 건축시공: 드림인풋, 제이디종합건설 / 구조설계: 허브구조 / 기계전기설계: 선우엔지니어링 / 용도: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392.87m² / 건축면적: 227.47m² / 연면적: 978.58m² / 건폐율: 57.89% / 용적률: 178.35% / 규모: 지상5층, 지하1층 / 높이: 19.1m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 마감: 붉은벽돌 / 내부 마감: 노출콘크리트 / 설계기간: 2017.12~2018,3 / 시공기간: 2018.5~2019.4 / 사진: 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