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 마트료시카
정방형의 운무가 공중에 가볍게 떠 있는 건가, 먼 걸음에 보이는 건물은 정적이면서도 평온하다. 그것도 잠시,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 어느새 역동적이고 강한 기운으로 시선을 제압한다. 직각을 이루는 건물 모서리의 입면이 강한 사선을 그려내기 때문일 것이다. 직사각형에 내재된 수평과 직각이 보는 이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묘한 이중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근린생활시설 마트료시카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건물의 외형과 내부공간의 구성 및 배치 모두에서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원리다.
대지는 서울 강남의 대로에서 깊숙이 들어간 4~5층 높이의 주택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신입공간’인 만큼 기존 주택들에 대해 지켜야 할 예의와 의무가 많았다. 법규상의 이격거리와 차면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사생활 보호라는 예민함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 건물 밖을 완전히 닫는 방법으로 기존 공간을 향해 확연한 경계를 지어줘 안심시키기로 했다. 더불어 안에서는 근린생활시설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각 실과 각 층이 서로 소통하면서 넉넉하고 여유 있는 공간 배치가 필요했다. 양면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개념으로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떠올렸다.
평면상으로 펼쳐 놓으면, 건물은 마트료시카의 형태처럼 사각형의 공간 안에 같은 형태의 더 작은 사각형 공간이 포개진 채 들어차 있다. 3차원 현실에서는 크기가 줄어든 상자 모양의 공간들이 수직으로 쌓여 피라미드를 만들어낸다. 이로써 층을 올릴수록 사선이 제한되는 건축 규제를 디자인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이들을 감싸는 외피로 선택한 것이 노출 콘크리트, 자기질타일, 고벽돌, 목재다. 외장재의 각기 다른 질감과 색감을 균형감 있게 배치함으로써 현대적인 감각의 울타리 겸용 외관이 탄생했다. 마치 몬드리안의 추상화에서 느껴지는 질서와 균형미를 보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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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대해 조심스레 가림막을 했으나, 건물이 거리 및 도시와 호흡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가로가 내부의 계단으로 이어져 수직구조의 동선으로 연속성 있는 흐름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금속성 매시 소재를 활용하여 투명하게 구성함으로써 계단부는 사용자들의 움직임을 공유하고 실과 실, 층과 층 사이를 시각적 물리적으로 매개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중첩되어 쌓여 있는 각 층과 층 사이 가장자리의 틈은 계단부와 더불어 테라스, 선큰, 옥상정원 등으로 그 여백을 달리하며 살렸다. 덕분에 건물 외관과 구성에서 느껴지는 ‘같은 공간 다른 느낌’은 내부에서도 묘하게 작용하며 사용자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부여하리라 기대한다.
프로젝트명: 논현 마트료시카 /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266-15번지 / 설계: 김동진(홍익대학교), ㈜ 로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 설계팀: 이상학, 주익현, 정동휘, 박해인, 윤지혜, 권정열, 김민지 / 시공: 태인건설 /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486.30㎡ / 건축면적: 280.26㎡ / 연면적: 1535.03㎡ / 건폐율: 57.87% / 용적률: 145.87% / 규모: 지상4층, 지하 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 마감: 노출콘크리트, 자기질타일, 고벽돌, 목재(방킬라이) / 설계기간: 2013.1~5 / 시공기간: 2013.7~2014.12 / 사진: 김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