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국궁장
국내 최초의 현대식 국궁장인 부천시 국궁장은 종합운동장이라는 거대한 인프라 시설과, 30m 폭의 왕복 6차선 도로에 접해 있다. 한적한 곳에 자리한 여느 국궁장과는 달리 그 입지부터가 특별하다.
이러한 주변 맥락을 반영하여 국궁장 틀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을 설정했다. 150m의 길게 뻗은 북쪽 측벽이 대운동장의 거대한 스케일에 대응한다면, 도로를 마주한 동쪽의 중첩된 벽들은 간선도로의 충격을 완화시키며, 원미산 자락과 이어진 나지막한 남쪽 측벽은 자연과 부드러운 경계를 형성한다. 그 결과 국궁장은 간선도로에서는 하나의 오브제가, 종합운동장 입구에서는 뚜렷한 경계면이, 남쪽 동산에서는 매력적인 접근로가 된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종합운동장 입구를 통해 국궁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하나의 선으로 힘차게 뻗은 8m 높이의 옹벽이 곧, 주 입면이 되는 셈이다. 옹벽 앞에는 완만한 경사의 램프가 형성되어 있다. 국궁장으로 이끄는 메인 동선으로, 비록 높은 벽으로 가려져 있지만 진입로임을 은연중에 드러내며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건물 디자인은 ‘활을 쏘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활시위의 팽팽함과 느슨함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는 점에 주목하여, ‘긴장과 이완’을 키워드로 삼은 것. 메인 건물의 스케일과 부속 건물들의 배치, 부재의 크기와 물성 등 모든 면에서, 긴장과 이완의 교차를 의도했다. 실로, 드넓은 잔디밭 위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카페와, 그 맞은편에 자리한 전벽돌로 마감된 화장실, 열주를 연상케 하는 본건물의 깃대들은 국궁장의 거대한 스케일을 조금 더 인간적인 스케일로 분할한다. 마찬가지로 담과 벽이 만들어 낸 작은 마당들과 건물들의 사이 공간 역시 의도된 이완의 공간이다.
본 건물의 2층, 유리로 만들어진 대기실 위에는 커다란 평지붕을 덮었다. 대기실이 인간적인 스케일이라면, 지붕은 도시에 대응하는 스케일로, 여기서도 상반된 두 요소의 조화를 꾀했다. 또한, 전통 건축에서는 담, 벽, 계단 등, 한 건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하여, 종류가 다른 벽돌을 섞어 전통성을 표현했다. 재료들은 건물의 표정을 시시각각 다르게 만든다. 유리는 밤이 되면 빛나고, 마천석은 비가 오면 검게 변해 더욱 선명해진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다.
작품명: 부천시 국궁장 / 위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48-3외 8필지 / 설계: 김승회, 강원필 / 설계담당: 김주경, 김주애, 전보림 / 모형: 전보림 / 구조설계: 하우구조_신흥식 / 전기설계: 새한설계_조재금 / 설비: 기한엔지니어링 / 시공: 대하종합건설_정정현, 김기운 / 용도: 자연녹지지역, 공원지구 / 대지면적: 9,574m² / 건축면적: 971.65m² / 연면적: 1,026.20m² / 건폐율: 10.1% / 용적률: 10.7% / 규모: 지상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전벽돌, 마천석 버너구이 / 내부마감: 비닐페인트, 오크무늬목, 석기질타일, 적삼목 / 완공: 2001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