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경찰서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으려는 태도는 물론이다. 흔희 영화에서 묘사되듯 촌스럽고 딱딱한데다 혼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제발’ 탈피하자 했음이 절실히 느껴진다. 여러 공공기관과 청사들의 모습이 많이 발전하고 변화되는 시대에 발맞추어 보다 세련되고 친근한 공공시설로 다가가려는 의지가 외관과 내부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실 경찰서는 특수한 용도의 건축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표준설계를 준수하거나 폐쇄적인 범위 내에서 작업될 수밖에 없는 성향의 건물이다. 그러다 보니 경찰서를 설계할 기회를 얻는 일도 쉽지 않고, 설령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작업하기란 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찰서가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군요.” 결과적으로 듣게 된 긍정적인 평가 안에는 녹록치 않았던 그 모든 지난한 과정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공 이후 반가운 평가와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경찰서 내부의 요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지점에서 설계의 출발이 이루어진 덕분이다.
지하2층, 지상5층 규모의 건물은 정면에서 느껴지듯 내외부적으로 개방되고 밝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도열하듯 질서 정연하게 나 있는 창문이 하나의 패턴처럼 매끈한 정면에 도시적이고 경쾌한 이미지를 심고 있다. 많은 이들이 드나드는 1층 매스는 다른 층에 비해 훨씬 넓고 크게 구성되어 있어 가로에서의 인지도가 높다. 넓은 면적의 1층 덕분에 2층에는 데크형 테라스로 개방된 외부공간이 넉넉하게 자리한다. 앞으로 변경 또는 증축될 여지를 충분히 남긴 것이다. 4, 5층 내부에도 테라스형 휴게공간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도시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건물 가장자리를 따라 펜스가 둘러져 있으나 이 또한 형식적인 물성만을 갖추고 있을 뿐 시각적으로 막힘이 없다. 내부 주차장까지 개방감이 부여되어 건물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 이미 자연광과 식재된 나무를 통해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현재의 모습을 도출해내기까지 협의의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 경찰서 공간에 익숙해진 시각을 바꾸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1년 단위로 서장이 바뀌는 실정으로 인해 그때마다 설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고도 한다. 무엇보다 때때로 바뀌는 수사의 지침에 맞추어 층별 기능의 순서를 수시로 조정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힘겨운 과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갈 경찰서 건축의 미래에 디딤돌을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평가받기에 마땅하다.
작품명: 분당 경찰서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0 / 대지면적: 6,651.30m² / 건축면적: 2,609.71m² / 연면적: 17,162.97m² / 건폐율: 39.24% / 용적률: 134.45% / 규모: 지하2층, 지상5층 / 주요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설계기간: 2003.06~2006.02 / 시공기간: 2006.05~2008.03 /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