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리 주택단지
집은 땅에 묻혀 있다. 또, 경사진 땅에서 자유롭게 떠 있기도 하며, 땅의 형태를 따라 땅을 덮고 있기도 하다. 서로 이웃이 되기로 한 세 가족을 위한 세 채의 집이다. 각기 마주하게 된 땅의 모양새에 맞추어 세 채 모두 다른 형상으로 서 있지만, 땅을 존중하는 태도는 동일하다. 아름드리 아카시아 원시림을 배경 삼아 두르고, 수목들 사이로 서해와 갯벌이 펼쳐져 바라보이며, 더 멀리로는 강화도까지 응시한다. 땅을 해하지 않은 덕분에 오랜 세월 있어 온 자리에서 땅이 바라보던 풍경을 집도 고스란히 바라보고 있다.
집터는 강화도 남단에 있는 동검도에 자리한다. 동검도는 강화도와 연육 되면서 섬으로서의 특징은 상실되었지만 여전히 사면이 갯벌로 둘러싸인 어촌이다. 마을 진입로에서 갯벌로 흘러내리는 완만한 경사면이 세 집의 터다. 땅이 살아 있는 듯 변화가 심한 만큼 지형에 맞추어 ‘기댄집’, ‘뜬집’, ‘펼친집’으로 세 채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제안된 것이다.
기댄집
단지 초입에 위치하는 ‘기댄집’은 경사지에 바위가 박히듯 땅에 반쯤 묻혀 있다. 순환도로에서 단지로의 진입을 위해 완만한 곡선길이 만들어지고 남은 터는 불과 38평. 자연스런 진입을 유도하는 곡선의 노출콘크리트 면은 순환도로로부터 주택 내부를 방어하는 일종의 보호막이다. 동시에 경사지면의 토압을 흡수하는 옹벽의 기능을 한다. 2개 층이 개방되어 있어 내부에서도 이 곡면이 인식된다. 북측은 전면 개방되어 있지만, 남측은 곡면으로 막힌 채 상부에 이어져 있는 고창이 전부다. 그 창을 통해 곡면을 따라 나 있는 계단부로 자연광이 깊고 따뜻하게 유입된다.
뜬집
이름대로 땅 위에 가볍게 떠 있는 ‘뜬집’은 ‘기댄집’과 ‘펼친집’ 사이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다. 단순한 형태의 직육면체 중 상단은 땅에 접하고 다른 면은 교각 위에 올려져 있어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다. 벽면은 표정 없이 백색으로 비워져 있다. 덕분에 두 집과 원시림의 배경이자 나무 그림자를 그려내는 화폭이 된다. 폐쇄적인 외관과 달리 내부공간은 개방되어 있어 내외부의 극적 대비를 이룬다.
펼친집
‘펼친집’은 완만한 언덕의 흐름을 따라 집도 같이 길게 펼쳐져 흐른다. 오래된 아카시아나무 사이로 하루해를 따라 고요하게 변화하는 갯벌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다리를 통해 2층으로 진입이 이루어지는데, 다리와 연결된 상부는 경사면 위에 살며시 떠 있고 그 아래로 지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해안 갯벌까지 흘러간다. 방안에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풍경 속에 방을 들여 놓은 것처럼, 집안에 있으면 경사진 구릉과 아카시아 숲이 손안에 잡힐 듯 다가온다.
작품명: 기댄집, 뜬집, 펼친집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건축학과) + 모노건축사사무소 / 위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 지역지구: 준 농림지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 용도: 단독주택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적삼목, 드라이비트 / 대지면적: 기댄집_145㎡, 뜬집_221㎡, 펼친집_515㎡ / 건축면적: 기댄집_57.52㎡, 뜬집_69.11㎡, 펼친집_105.27㎡ / 연면적: 기댄집_112.51㎡, 뜬집_83.91㎡, 펼친집_105.27㎡ / 규모: 기댄집_지상 2층, 뜬집_지하 1층, 지상 1층, 펼친집_지하 1층, 지상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