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
서울시 은평구에 서울 서북권의 첫 대학병원인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개원했다. 북한산 자락에 들어선 은평성모병원은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첨단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서울 시내의 유일한 대형병원으로, 지역의 새로운 의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북지역은 물론 통일을 대비해 개성까지 대상 범위로 삼은 거점 병원답게, 목표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 치료와 예방, 나아가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급변하는 의료문화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한다.
주어진 대지는 푸른 녹지로 둘러싸인 경사지로, 바로 앞에는 하천도 흐르고 있다. 8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대형병원이 들어서기에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대자연의 한가운데 자리한다는 점은 은평성모병원의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자연을 대지로 끌어들여 병원 어디에서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병원의 외부공간은 곧 자연이 되도록 했다.
먼저 대지의 모양에 맞춰 동쪽에는 17층 규모의 본관을, 서쪽에는 8층 규모의 별관을 배치했다. 이때 보행자 주출입구는 도보 진입이 가능한 동쪽에 두고, 본관과 별관 사이에는 교통광장을 조성해 차량 주출입구로 활용함으로써 보행자와 차량 동선을 완전히 분리시켰다.
건물은 그 규모에 비해 편안한 모습으로 주변과 어우러진다. 저층부는 따뜻한 느낌의 화강석과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하고, 상층부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도록 커튼월을 둘러, 거대한 매스가 발하는 부담감을 최소화했다.
밝고 편안한 분위기는 내부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생명의 빛’이라는 테마로 내부공간 곳곳에 밝은 빛이 드리워지게 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생명력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병원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로비는 빛으로 가득하다. 중앙수술부가 로비 상층부에 배치된 탓에 로비에는 구조적으로 자연채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대지의 고저차를 이용해 이 문제를 풀어냈다. 지하층의 보행자 출입구와 지상층의 차량 출입구 사이에 두 영역을 통합하는 18m 경간의 대형 아트리움을 구성하고, 천장에는 색온도 조절이 가능한 LED 조명을 설치해 밝고 개방적인 공용홀을 조성했다.
내부 공간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현재까지 제시된 국내외 감염관리 기준을 완벽에 가깝게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술 영역과 집중치료 영역은 이 기준에 따라 청결 구역과 준청결 구역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며, 덕분에 원내 감염은 원천적으로 방지되니 그야말로 ‘설계부터 안전한 병원’이다.
원데이 원스톱 진료를 지향하는 만큼 복잡한 동선과 절차를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한 문제다. 각 층은 중앙홀과 홀을 둘러싼 세 개의 블록으로 이뤄지는데 빠른 길 찾기를 위해 색깔과 숫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층 노란색 3번’과 같은 방식으로 공간을 지칭함으로써 병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목표 지점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자연을 끌어들인 다양한 장치들도 주목할 만하다. 지상층의 외부 공간, 지하층과 연결된 중정, 옥상정원 등이 내외부 곳곳에 배치되어, 환자들은 병원 내 어디서든 늘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 특히 부지 남측, 산자락에 파묻힌 형상의 외부 공간에는 드넓은 공원이 조성됐다. ‘치유의 숲’이라고 이름 붙인 이곳은 자연 속에 자리하는 또 하나의 자연이 되어 환자들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모두의 힐링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작품명: 은평성모병원 / 위치: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55 / 설계사: 주.간삼건축 / 참여 건축가: 50명 / 지역/지구: 준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 용도: 의료시설 / 대지면적: 21,612.60m² / 건축면적: 11,167.33m² / 연면적: 179,353.68m² / 건폐율: 51.67% / 용적률: 389.20% / 규모: B7F, 17F / 높이: 93.55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구조 / 주차대수: 1,465대 / 진료분야: 60개 / 수술실수: 19개 / 병상수: 808병상 (전체 병상 중 4인실 93%) / 의료진수: 250명 / 승강기 수: 31대 / 설계기간: 약 36개월 / 완공: 2019 / 사진: 이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