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재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IROJE KHM Architects
먹색의 텐트가 연이어 쳐진 같기도 하다. 힘 있게 솟구쳐 오르다가는 금세 미끄러져 내려오고, 내려와서는 살짝 처마를 들어 올리며 은은한 곡선미를 그리며 번져 나간다. 직선과 곡면이 교체되어 만들어 내는 리듬감 있는 흐름이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지붕도, 그 아래 안마당을 중심으로 조밀하게 자리하는 공간들도 전통적 감수성이 다분하다. 정통성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전통 건축과 공간 문화를 이 시대의 감각과 물성으로 가공하여 그 명맥을 이어가려는 표정이 넉넉하게 전해진다.
주어진 대지는 기존 주택이 자리하던 곳이다. 외부공간의 면적 효율이 낮고 내부공간이 침울한 형편인 이유로 철거가 이루어진 만큼, 토지이용률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생태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신축의 사명이었던 것 같다. 마당이 가운데 자리하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공간들이 둘러싼 모습이 지극히 내부지향적이다. 도심에서의 사생활 보호, 매연, 소음 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동시에 하늘을 향해 활짝 열어둔 안마당은 대지 측면 인근에 위치하는 불곡산, 문형산을 의식한 모습이다. 실제로 주변 녹지의 풍경을 마당으로 또 집안으로 옮겨 담는 통로가 된다.
대지는 반 층 정도의 고저차를 가진 경사지로 집은 그 상황에 순응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높이의 안마당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도, 그 마당들을 중심으로 내부의 각 공간들이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교차되어 전개되어 있는 것도, 기울어진 지형을 자연스레 수용하는 태도다. 덕분에 정형화된 공간이 아닌 높이에 따라 자연스레 흘러가는 다채로운 공간들과 프로그램들이 연출되고 있다.
거실은 누마루 형식을 갖춘 공간으로, 대지 측면 인근에 위치하는 산 정상을 향해 그 축이 틀어진 채 배치되어 있다. 사계절 살아 움직이는 풍광이 거실 전면 창을 액자 삼아 담겨진다. ‘누’의 하부인 필로티 공간은 진입이 이루어지는 터널의 개념으로, 유람과 관통 등 흐름의 프로그램을 구사하는 장치로 작용된다. 집무실은 정자 같은 별체 개념의 공간이며, 그 상부는 옥상 정원으로 구성되어 마당의 범위가 수직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타원형의 요철이 있는 콘크리트 벽면 문양에서는 한국형 돌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조형성을 보게 된다.
전면 도로에서 대문 진입마당, 거실 하부의 필로티 터널, 위 마당, 아래 마당, 옥상 마당, 진입 골목, 현관, 식당, 아래 거실, 위 거실, 서재, 각 침실 등 모든 외부 및 내부 공간들이 기다란 하나의 복도를 경유하며 유람하듯 순환되고 있다. 관입과 관통이 반복되는 그 여정에는 흥미를 유발시키는 시각 및 공간적인 상호작용이 있어 곳곳에 유람의 즐거움이 잠복해 있다. 전통 건축을 흥미롭게 각색해 놓은 극적인 공간 체계의 산물이다.
작품명: 가온재 / 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 건축가 : 김효만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정경진, 송승희, 장수경, 김지연 / 지역.지구 : 도시지역, 제1종일반주거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 주요용도 : 단독주택 / 대지면적 : 643.50m2 / 건축면적 : 319.96m2 / 연 면 적 : 329.35m2 / 건폐율: 49.72% / 용적률: 51.18% / 층수 : 지상2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 검정색 안트라징크판, 노출콘크리트, 모노쿠쉬 회반죽마감, 투명복층유리 / 내부마감 : 색락카, 온돌용목재후로링, 스틸타공판 / 시공사 : 제효 / 사진: Sergio Pirrone, 김종오, 문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