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배를 타고 5시간가량 나가면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굴업도를 만나게 된다. 천혜의 자연 때문에 많은 환경단체가 활동을 펼쳐왔던 이 섬에, 지난 12월부터는 건축계의 관심도 집중되기 시작했다. 기존 공모전과는 조금 다른 가치를 내 건 ‘굴업도 생태예술섬 국제 공모전’이 개최됐기 때문이다.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과 사단법인 한국녹색회가 주최하고 새건축사협의회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공모전의 주제는 ‘굴업도를 자연과 예술, 그리고 인간이 만나는 섬으로’이다. 평범할 수도 있는 주제지만, 공모전의 진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섬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여 가구, 20여 명 남짓의 주민이 살아가는 조용한 섬,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되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섬, 그 여파가 가시자 대기업의 개발 계획으로 또다시 논란거리가 된 섬. 그럼에도 최근 섬의 일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섬. 굴업도는 이렇듯 많은 수식어를 가진 쉽지 않은 섬이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진행된 대기업의 관광 단지 개발 계획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이다. 섬의 97%를 소유한 기업, 굴업도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환경단체, 지역 개발 논리로 섬을 매각했다가 여론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반대 의사를 밝힌 인천시, 그리고 찬성과 반대로 갈린 주민까지, 공모전은 주민과 시정, 기업과 환경단체의 엇갈린 입장을 이면에 두고 시작한다.
사실 공모전의 취지와 의도는 분명하다. 실현 가능한 섬의 미래상을 제시하여 더는 개발의 논란에 휘말리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공모전은 처음에 밝힌 원대한 포부와는 달리, 몇 가지 논란거리만을 남겨둔 채 용두사미로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