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있다. 근대 건축 5원칙과 돔 이노Dom-ino 시스템, 건축적 산책을 비롯한 건축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실현한 위대한 건축가. 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빌라 라 로슈Villa la roche, 빌라 사보아Villa savoye,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롱샹 성당Ronchamp Chapel, 인도 찬디가르 도시계획, 라 투레트 수도원Sainte Marie de La Tourette 등이 주로 언급된다. 대중에 잘 알려진 작품들로, 모두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언어가 충실히 적용되었다. 이처럼 그의 언어가 고스란히 적용된 작품 가운데 지금껏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작품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센강에 떠 있는 콘크리트 배 ‘루이즈-카트린Louise-Catherine’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건조된 루이즈-카트린은 르 코르뷔지에의 설계로 개조되어 1930년부터 60여 년간 파리의 노숙자들에게 쉴 곳을 내어주었다. 빌라 사보아를 설계하던 시기에 개조되면서 똑같이 기둥, 수평 창, 옥상 정원, 모듈러 원칙이 적용되었다. 그만큼 이론적으로 중요한 작품이자, 개신교 신자라는 배경을 가진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가로서 사회적 역할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세 명의 뮤즈가 있다. 배에 이름을 남긴 루이즈 카트린 브레슬로, 그의 연인이자 배를 구입해 기증한 마들렌 질하르트, 재정을 지원하고 르 코르뷔지에에게 개조 작업을 의뢰한 위나레타 싱어 폴리냑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우정과 공익적 연대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와의 만남으로 이어진 것이다.
배에 얽힌 수많은 사연을 책으로 옮긴 이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 미셸 캉탈 뒤파르Michel Cantal-Dupart다. 2010년 프랑스 정부가 추진한 그랑 파리 프로젝트를 건축가 장 누벨과 함께 기획한 인물로, 과거 루이즈-카트린 복원 계획을 주도하면서 조사한 내용을 탐사 에세이 형식으로 집필했다. 루이즈-카트린은 여전히 센강에 떠 있다. 두 차례 침수를 겪고 지금은 출입할 수 없는 상태지만, 배를 되살리려는 시도가 파리에서 몇 차례 시도되곤 했다. 우리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일생과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 예술가들, 당시 피어난 문화와 문명까지 배를 둘러싼 여러 갈래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르 코르뷔지에, 콘크리트 배를 만나다’에 모두 담겨 있다. 센강 위에서 그 어떤 배보다 유익한 역할을 한 콘크리트 배, 루이즈 카트린의 여정으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