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커피 사유
에디터 현유미 부장
자료제공 공기정원
행정수도라는 뚜렷한 목적하에 건설된 세종시. 모든 환경이 필요에 의해 조성된 이 건조한 도시에 잠시나마 모든 필요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세종시 금남면에 위치한 카페 ‘이도커피 사유’이다.
카페는 도심은커녕 주거지에서도 제법 떨어져 있다. 계획도시답지 않은 한적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 풍경 속에 자리한 건물의 외관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매스부터 재료까지 모든 요소에서는 절제미가 물씬 풍긴다. 복잡한 일상을 ‘정제’의 과정을 통해 비워내고, 인상적 ‘경험’ 통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푸른 잔디 위에 세워진 직사각형 매스에서는 어떤 군더더기도 찾아볼 수 없다. 형태적 측면뿐 아니라 재료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보이는 재료라고는 마당의 잔디, 담장 겸 기단부를 형성하는 콘크리트, 그리고 나머지 부분의 외장재로 쓰인 경량 철골, 세 가지가 전부다. 그중에서도 금속 외장재는 시간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주변 환경을 건물에 담아냄으로써 방문객들이 오롯이 눈앞의 환경에만 집중케 한다.
방문객들을 잠시나마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치들은 곳곳에 마련돼 있다. 정면의 출입구까지 가는 길도 그런 장치 중 하나다. 출입구 양 옆길을 모두 얕은 경사로로 만들어, 걸음을 길게 늘어뜨리고 그동안 생각을 정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사로와 차도 사이에 설치된 콘크리트 담장도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하는 물리적·심리적 경계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발길이 경사로 끝에 다다르면 가로세로 3m의 거대한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문이 열리고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중정, 구체적으로는 중정 바닥이다. 문을 넘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에 들어섰음을 인지시키고자 의도적으로 상부를 가려서 정면에서는 중정의 바닥만 보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커피를 주문하려 혹은 자리를 잡으려 좌측이나 우측으로 몸을 돌리면 확실한 내부공간에 들어왔다는 방문객들의 믿음은 또 한 번 반전된다. 측면의 통유리벽을 통해 보이는 중정은 사실 천장이 뚫려있는 외부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주한 중정은 ‘이도커피 사유’의 핵심 공간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일상을 탈피하고, 나아가 자신과 대화할 기회를 갖는다.
중정에서의 경험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드는 장치는 바로 ‘안개’다. “안개는 ‘말랑말랑한 고치’ 같다. 주위를 감싸는 손처럼 ‘휴식’과 ‘평화’, ‘고요’와 ‘평온’을 맛볼 줄 아는 이들을 감싸기 때문이다”. ‘날씨의 맛’이라는 책에 등장한 글귀다. 그 표현처럼 공기 중에서 빛나는 연무는 분명한 윤곽을 흐리게 만들어 풍경을 미화하고 그 안에 있는 이들을 몽환적이며 시적인 세상으로 인도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안개 효과가 적용된 중정은 방문객들이 안개 그 자체에 감정이입을 하는 공간, 그 과정 가운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사유의 공간이 될 것이다.
중정에는 생명력을 품은 힘 있는 소사나무를 심은 뒤, 연약하면서도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이미지의 꽃을 나무 아래쪽에 심었다. 이러한 식재 컨셉은 나와 외물은 본디 하나이던 것이 현실에서 갈라진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의 ‘장주지몽’에서 착안했다. 세월을 느끼게 하는 소사나무가 서 있고 그 하부에는 꽃이 만개해 있다. 그리고 ‘안개’는 그 모든 것을 감싸며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프로젝트명: 이도커피 사유 / 대지위치: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황용리 4-8 / 설계: 공기정원 / 시공: 공기정원 / 조경: 안마당더랩 / 면적: 296m² / 바닥: 콘크리트, 타일 / 벽체: 내부_도장, 목염합판, 컬러글라스, 외부_M-Bar, 콘크리트 / 천장: 도장 / 완공: 2020 /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