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리 주택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스튜디오베이스
경기도 양평은 ‘물과 숲의 도시’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한다는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민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높다. 양평군 내에서도 북한강이 지나가는 마을, 문호리에 평안함을 선사하는 집 ‘문호리 주택’이 있다.
여행은 ‘돌아옴’을 전제로 한다. 여행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돌아올 곳, 집이 있기 때문. 그래서 여행은 이상이고 집은 현실이다. 여행이 주는 색다른 흥분도 좋지만, 함께 나이 먹으며 나와 하나가 된 집이 선사하는 익숙한 평안함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집이란 그런 존재다. 새집일지라도 안정감을 선사하는 나만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을 자아낼 수 있도록 사용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모티브를 찾는다. 공간을 완성하는 이는 사용자라는 생각으로, 사용자에 의해 바뀔 수 있는 디자인적 여지를 남겨 둔다. ‘문호리 주택’은 그렇게 사람과 하나가 되는 집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의뢰인은 잠시나마 일상에서 탈피할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집을 원했다. 그가 택한 대지는 아름다운 북한강을 적당한 거리와 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대로로부터 제법 떨어져 있어 주변은 고요한 편이었고, 강과도 거리가 있으니 높은 습도로 인해 불편할 일도 없었다. 또한 대지 뒤로는 얕은 언덕이 자리하고 있는데, 대지 전체가 볕을 온전히 받으려면 정오나 되어야 하지만, 그 대신 노을이 지는 저녁 풍경은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해 강 쪽이 아닌 해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남쪽에 건물의 정면을 두었다. 다음으로는 자연이 주인공인 이 풍경 속에서 집이 지나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도록, 주변 토양과 비슷한 색상의 벽돌로 외벽을 둘렀다. 벽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연을 닮아가며, 시간 앞에 겸손한 건축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갈대밭 뒤에 면한 주차 공간의 곡면 담장과 진입로 계단의 부드러운 선은 둥글게 성토된 잔디 마당으로, 그리고 다시 곡선 관절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단실을 비롯한 코어가 배치되는 이 곡선 관절은 꺾여있는 두 개의 매스를 연결한다. 하나의 마당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의 교차점이다.
거실과 주방이 있는 1층은 크고 단순하다. 거실에는 벽난로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그 옆에는 마당으로 통하는 통유리 문이 나 있다. 벽난로를 받치고 있는 거친 질감의 통석과, 마당에 놓인 낡은 디딜방아가 하나의 프레임에 담긴 모습을 보면서, 문득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거실 벽은 습도에 반응하는 천연 회벽으로 마감했다. 외부에서 보았던 곡선 관절의 벽을 따라가면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진다. 주방에는 최소한의 가구만을 두어 미니멀함을 강조하되, 창틀 등 부분적으로는 목재도 사용하여 따뜻한 분위기도 놓치지 않았다.
2층은 집주인의 개인 영역과 게스트 영역으로 구성된다. 프라이빗한 공간들이라 1층보다는 더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개인 공간은 일본식의 좌식 거실, 요를 사용하는 최소 면적의 침실, 긴 복도형 드레스룸, 커다란 창이 있는 욕실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집 안 어디에서나 강을 볼 수 있으나, 2층 침실에서 강을 가장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2층 거실은 복도보다 두 계단이 높다. 상대적으로 낮은 공간감을 형성하는 이곳에는, 한지 들창을 설치하여 동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부가 개방된 들창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1층의 커다란 창들과 대비되어 극적 효과를 유도한다.
집주인의 개인 영역 반대편에는 테라스가 있는 게스트룸과 욕실이 있다. 외부 진입로의 계단에서 시작하여 드레스룸의 긴 터널을 지나 욕실로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의 밀도를 체감할 수 있다.
진입부와 마당 한가운데는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집 주인을 대신해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탁한 녹색의 나무는 흙색의 벽돌집과 하나가 된다. 키 큰 갈대는 마당보다 낮은 주차장의 차를 숨기고, 과실수와 화초가 심겨 있는 비탈 숲은 집을 감싸 안는다. 그렇게 이 집은 드러나지 않는 고요한 은신처가 된다.
작품명: 문호리 주택 /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 설계: 스튜디오베이스 / 토목, 조경: 오엔조경 주세훈 / 시공: 오엔디엔씨종합건설(건축), 스튜디오베이스(인테리어) / 구조설계: 토우건축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948m² / 건축면적: 151.74m² / 연면적: 283.61m²(지하: 22.8m², 지상 1층: 149.93m², 지상 2층: 110.88m²) / 건폐율: 16% / 용적률: 27.5116%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주차: 3대 / 높이: 8.55m / 구조: 기초-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벽-철근콘크리트; 지붕-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외벽-벽돌마감(우성벽돌, 고갱 그레이); 지붕-우레탄 도막 방수 / 내부마감: 바닥-우드플로링, 화강석, 다다미; 벽-도장, 회벽도장, 타일, 우드플로링, 화강석, 벽지; 천장-도장, 목재, 우드플로링, 벽지 / 담장재: 듀라스텍 Q2시리즈, 우성벽돌 고갱그레이 / 창호재: 필로브 FLE 시리즈(47mm 양면 로이 삼중유리, 열관류율 기준 1.3 이하) / 설계기간: 2018.9~2019.7 / 시공기간: 2019.6~2020.3 / 스타일링: 김승희 /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