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대정돌창고
경남 남해에는 소박한 모습의 돌창고들이 군데군데 있다. 1920년대, 이 지역이 섬이었던 시절부터 지어진 농업용 창고들이다. 당시로서는 뭍에서 건축 자재를 들여오기 어려웠기 때문에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돌을 사용했는데, 석공이 화강석을 깨서 큐브형으로 다듬어주면, 마을 사람들은 그 돌을 지게에 지고 내려와 건물을 지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돌창고들이 남해만의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년 전 남해에서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주축으로 한, 일명 ‘돌창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돌창고를 문화 인프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창고를 빈티지한 감성에 호소하는 상업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며, 나아가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돌창고는 삶과 예술을 연결하고, 장소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그 첫번째 주인공은 ‘시문창고‘였다. 1967년 지어진 시문창고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로 재탄생했고, 창고 옆에 자리하던 2층집도 카페와 작가들의 숙소로 탈바꿈했다.
돌창고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인공은 ‘대정창고‘로, 시문창고와는 약 7km 떨어져있다. 창고 주변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웠다. 1965년 지어진 창고는 이미 노후화되었고, 바로 옆에는 짓다만 목조주택이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창고지기는 가로 18m, 세로 7m, 높이 5m 규모의 이 돌창고를 도예공방 겸, 자신이 만든 그릇을 보러 온 이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만들고자 했다.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은 전망대와 계단실이었다. 방문객들이 더 높은 곳에서 주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신축하고, 외부 중정에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실을 만든 것이다.
다음으로는 노후한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들이 이뤄졌다. 오래된 벽은 철골 구조물을, 지붕을 받치기에는 턱없이 약한 목재트러스는 철재트러스를 이용해 보강함으로써,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사진이 보여주는 미학적 공간과 일상의 배경인 현실적 공간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SNS에 업로드된 보기좋은 이미지의 이면에는 숱한 난관에 부딪힐지언정 돌창고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주인의 애환이 있다. 새롭게 단장한 대정 돌창고가 부디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작품명: 남해 대정돌창고 / 위치: 경상남도 남해군 서면 대정리 903-3 / 설계: 와이즈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김성아, 조세연 / 구조설계: 서울구조 / 시공: 이호철(나무 스토리) / 대지면적: 275.00m² / 건축면적: 148,76m² / 연면적: 187.57m² / 건폐율: 54.09% / 용적율: 68.21% / 용도: 공장 / 규모: 지상 2층 / 외부마감: 남해돌쌓음, 아연도골강판 지붕 / 구조: 기존 조적조 보강, 철골조 신설 / 건축주: 김영호 / 설계: 2017.1~2017.5 / 시공: 2017.6~2018.3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