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붕 집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스튜디오 이언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호젓한 산길이 시작되는 감악산 초입에 단독주택 한 채가 들어섰다. 감악산 산세처럼 기울어진 지붕을 덮은 집, ‘경사지붕 집’이다.
지붕은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큼 기하학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자연적이다. 동서 방향의 지붕 경사는 집 뒤로 펼쳐진 능선의 연장인 듯 보인다. 지대가 낮은 진입로 쪽에서는 지붕 윗면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지붕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입면이 된다.
평면상으로도 단면상으로도 기울어져 있는 지붕은 3차원적으로 다양한 공간을 형성한다. 특히 벽과 지붕이 만나는 지점에는 처마나 차양 등, 집 안팎의 경계를 흐리는 전이공간이 조성된다.
마감재로는 아연패널과 벽돌, 코르텐강을 사용했다. 지붕을 덮은 어두운색의 아연패널은 외벽을 이루고 있는 밝은 회색 벽돌과 대조를 이루고, 코르텐강은 그 둘 사이를 중재하며 묵직한 포인트가 되어준다.
지붕 아래는 세 개의 매스가 조금씩 어긋나게 놓여있다. 비슷비슷한 크기의 매스들이 점진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이 마치 집으로 돌아오는 식구들을 맞이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컴팩트한 구성은 강원도의 혹독한 겨울을 나는 데도 효과적이다.
중앙의 거실을 기준으로 한쪽에는 주방과 식당이, 다른 한쪽에는 두 개 층에 총 세 개의 침실이 마련됐다. 정면인 북측에는 작은 창이 여러 개 나 있는 반면, 배면인 남측에는 벽 한 면을 채울 정도의 커다란 창이 나 있다. 덕분에 1층 거실에서도 2층 침실에서도, 집 뒤로 펼쳐진 감악산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남쪽 거실에는 처마를 깊게 내어 여름철 강한 직사광선이 비춰들지 않도록 했다.
뒷마당에 있는 원형계단을 오르면 이 집의 백미인 2층 테라스에 다다르게 된다. 기울어진 지붕면을 사각형으로 파낸 테라스는 프레임이 되어 산과 하늘의 멋진 풍경을 담아낸다.
작품명: 경사지붕 집 / 위치: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1614-5 / 설계: Studio EON – 김경식 / 용도: 단독주택 /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가축사육제한지역 / 대지면적: 967m² / 건축면적: 155.76m² / 연면적: 187.13m² / 규모: 지상2층 / 최고높이: 8.38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벽돌, 징크패널 등 / 주차: 2대(법정2대) / 완공: 2020 / 사진 : 노경 (Roh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