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
조항만(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건축에 대한 태도는 종종 ‘공간’ 혹은 ‘제품’으로 이분화되곤 한다. 전자는 역사, 기억, 전통, 맥락, 장소 등에 기반을 두며, 후자는 기능, 성능, 형태, 재료, 기술, 구조 및 디테일 등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이 둘은 우열을 가리기도, 양자택일을 하기도 어렵다.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은 ‘공간’이냐 ‘제품’이냐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그 사이에 존재하는 건축이다. 전통건축을 재해석하여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구축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으로서의 건축’을 만들어 냈다.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은 식물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위해 조성된 한국 최초의 연구림이다.
교육관리동은 수목원 여정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수목원 초입에 자리한다. 이러한 입지는 설계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장비 반입이 어려운 산속에 위치하기 때문에 설계 초부터 작업 효율을 높일 방법을 모색했던 것이다. 그 대안으로 중목구조를 적용했다. 목구조는 대부분의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하므로 철근콘크리트구조에 비해 현장 시공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다. 수목 연구시설이라는 용도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니 의미적인 측면에서도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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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지붕은 관악산의 능선을 닮았다. 이러한 지붕선을 만드는 데는 비정형 건축을 위한 디자인툴인 그래스호퍼 플러그인이 큰 역할을 했다. 부재의 종류가 상당히 많은 중목구조의 특성상, 도면과 모형만으로는 완벽한 스터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4개의 지붕에 각각 40여 개의 변수를 설정하고 그 값을 변화시키며 수 백 가지 선을 실험한 끝에, 주변 풍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지붕선을 찾아낼 수 있었다. 또한, 지붕 형태에 따라 자동으로 구조 프레임과 결구도 및 부재도가 생성되는 로직도 개발했다. 이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디자인은 물론 건설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사전에 결정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공기와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미시세계를 구축하는 물리적 최소 단위인 소(素), 그 소들이 모여 구축하는 거시세계인 장(場). 이를 건축의 요소에 대응시키면 그리드, 부재, 단위 공간은 ‘소’에, 내러티브, 맥락, 상징 등은 ‘장’에 해당한다. 교육관리동에는 이러한 ‘소’와 ‘장’의 개념이 적용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 사찰이나 서원처럼 비슷한 환경에 자리 잡은 전통 건축물의 공간구성 방식을 차용한다.
목부재로 만들어지는 퇴와 칸은 공간의 최소 단위가 되고, 이 단위들이 모여서 채를, 채가 모여서 건물을 이루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성은 소와 장의 개념을 건축적으로 치환시킨 것이자, 지역의 맥락에 쉽게 동화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작품명: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 / 설계: 조항만 – 서울대학교 / 설계담당: 조항만 – 서울대학교; 서지영, 임종훈 – 탈 건축사사무소; 정원영 – 바이원 건축사사무소 / 위치: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산 16-1(관악수목원 내) / 용도: 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 2,252.40m² / 건축면적: 900.52m² / 연면적: 1,162.49m² /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 높이: 12.30m / 주차: 19대 (장애인 주차 1대 포함) / 건폐율: 39.98% / 용적률: 45.11% /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지하층), 목조가구식구조(1,2층) / 외부마감: 목재널 사이딩, 고벽돌 치장쌓기, THK24 로이 복층유리, 아연도 강판 지붕 /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에폭시 도장 / 구조설계: 민환석 (환구조) / 시공: 이덕규 (㈜삼화종합건설) / 기계설계: 장상락 (㈜ 하나기연) / 전기설계: 김명일 (㈜ 하나기연) / 설계: 2014.10~2016.1 / 시공: 2016.4~2017.11 / 공사비: 2,467,221,211원 / 건축주: 서울대학교 수목원 / 사진: 김정현 (잠수함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