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주택, 비움II
비운 채 남겨둔다는 것의 아름다움이 있다. 가득 차 있을 때와는 다른 여백이 주는 고유의 감성과 정서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공간상의 일일 경우에는 그저 정성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다채로운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연결되기에 직접적인 체험과 체감을 동반한다. 영종도 주택이 딱 그러하다.
콘크리트로 가득 채운 후 듬성듬성 오려낸 것 같다. 모퉁이를 덜어내면서도 그 경계가 되는 원래의 틀은 남겨둔 채 그대로다. 걷어낸 여백 사이로 집의 속살이 보인다. 창문으로, 마당으로, 발코니로, 계단으로, 다채로운 속사정이 슬쩍슬쩍 드러난 모습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한 꺼풀 벗겨내자 안팎이 중첩되며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나아가, 공간감이 다채롭게 깊어져 더욱 입체적인 입면들을 만들어낸다.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안은 이러한데, 안에서 내다보이는 밖은 어떻게 프레임 지어지는 그림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집이 가지는 이러한 비움의 그림은 재료의 사용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집의 틀이 되고 있는 외부 경계는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다. 공간이 안쪽 단면으로 이동하면서 마감은 자작나무로 바뀐다. 외부에서 또 다른 외부로 색감과 물성이 치환되고 있다. 덕분에 입체감이 더욱 강하게 발산된다. 이질적인 소재와 다르게 패턴의 질서는 동일하다. 노출콘크리트의 패턴이 내부로 흘러 들어와 자작나무 패턴으로 바뀌는 형식이다. 이러한 질서는 지붕까지 이어져 있다. 라인징크라는 다른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패턴 역시 이층 천장 내부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와 자작나무 패턴으로 동일하게 흡수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기 다른 물성으로 존재하지만, 같은 패턴이라는 하나의 질서로 일체화되는 공간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대지는 영종도의 주택 전용 단지에 위치하는데, 매립지 위에 지어지는 상황이어서 지질조사가 이루어졌다. 갯벌 위에 대지를 조성하면서 매립한 4m 깊이의 매립토를 덜어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상 주차공간을 제외한 대지의 대부분을 파낼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를 오히려 지하1층에 멋진 마당을 마련하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로 집의 앞뒤로 선큰 형식의 지하마당이 들어서면서 건축공간에 깊이감이 더해졌다. 덕분에 시야가 열려 있으면서도 사생활이 보장되는 외부공간을 갖추게 된 것이다.
깊은 지하마당 덕분에 지층에서 이루어지는 진입환경도 남다르다. 지하마당 위를 가로지르는 1층 다리를 건너 진입이 이루어진다. 입구 앞의 데크 역할도 하는 다리는 지하철 환기구에 쓰이는 아연도 그레이팅으로 만들어져 있다. 기다란 가로의 틈새로 빛이 투과되면서 지하마당에 이런저런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일조량과 방향에 따라, 또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마당은 다른 표정을 그려내며 안과 밖을 이어줄 것이다.
작품명: 영종도 주택 / 설계: 건축사사무소 OCA / 설계담당: 국시기(PROJECT DESIGNER), 박원동, 최성욱 / 위치: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2759-6 / 시공사: (주)대한토건 / 용도지역: 전용주거지역, 최고고도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 주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248㎡ / 건축면적: 108.42㎡ / 연면적: 278.12㎡ / 건폐율: 43.72% / 용적률: 75.71% / 층수: 지하1층, 지상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높이: 7.7m / 설계기간: 2004.08 ~ 2005.03 / 시공기간: 2005.04 ~ 2005.12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