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도시형 생활주택
SH Housing
다세대 밀집 지역의 전형적인 풍경이 이어지는 곳이다. 주변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여느 주택들처럼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들이 고밀도로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짙은 회색 도장과 원목이 어우러진 외관에는 기존 벽돌 건물을 이제 그만 지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실려 있는 듯 보인다. 악센트 색감처럼 사용된 원색의 주홍빛 현관과 내부 도장이 그런 의도를 더욱 부각시키며 젊고 경쾌한 감성을 자아낸다.
대지는 총 1백여 평 규모로, 3~4평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 총 30세대를 계획한 프로젝트다. 최소한의 공용 면적을 제하고 난 나머지는 모두 세대 내에 할애해야 할 정도로 빠듯한 작업이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무엇보다 큰 현실적 장벽은 사생활 침해 문제라는 게 지금도 여전히 보인다. 오래 전 지어진 다세대 주택들이 사방에 이미 꽉 들어차 있는 상태고, 그 집들의 채광창들이 대부분 대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내적 열쇠’가 1층에 자리한다. 건물 안에 구성된 각 원룸들은 세탁기조차 실내에 둘 수 없을 정도로 좁다는 점, 입주민들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으로 1인 가구라는 점, 이들이 잠시라도 호흡하며 여유를 누리고 필요를 해소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입주민들의 접근이 가장 쉽고 안전한 1층에 마련되어 있는 중정과 공용 세탁실이 그것이다. 빨래터에서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며 중정에서 짧게나마 이웃들과 소통할 기회들이 자연스레 생기게 마련이다. 그 계기로 건물 내 작은 모임들이 활성화될 수도 있겠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많은 것들이 막혀 있지만, 그나마 공용공간이 있어서 건물 내부적으로 여유로운 일상과 소통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게 된다. 법적으로 1층에 중정이 가능했던 것은 대지가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규정된 건폐율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경사지의 경우, GL(지상층)으로부터 1미터까지는 건폐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건축법을 잘 활용한 것이다.
문제 해결의 ‘외적 열쇠’는 주변 건물들의 입면을 미리 실측한 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이웃 건물들과의 시선을 최대한 피한 노력에 있다. 창이 반드시 필요한 입면의 경우, 그 위치를 미세하게라도 조정하여 이웃의 창과 서로 마주보지 않도록 설정해 놓고 있다. 대지 북쪽에 위치하는 다세대 주택의 경우, 거실과 안방 등 모든 주요 실들의 창이 대지로 향하고 있어서 이웃의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건물에 가벽과 루버를 설치해 놓고 있다.
오랫동안 나대지로 남겨져 있던 장소로, 서울 사당동의 대표적인 다세대 밀집 지역 한가운데 위치한다. 서울도시공사가 공공 임대주택 정책의 일환으로 소규모 공동주택을 추진하던 가운데 이 대지를 장기 임차하게 된 경우다. 토지주도 신축의 어려운 현실을 예감하고 서울도시공사에 토지를 임대하여 향후 건물과 함께 되돌려 받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공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 현상 설계에서 당선된 작품이다. 1인 가구와 청년들을 위한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 환경에 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눈여겨보게 된다.
작품명: 사당동 도시형 생활주택 / 위치: 서울특별시 동작구 사당동 303-37 / 설계: 폴리머건축사사무소(김호민) / 설계담당: 임현주, 김지인 / 건축주: 서울특별시 SH공사 / 용도: 도시형생활주택(다세대) / 대지면적: 387m² / 건축면적: 231.53m²/ 연면적: 936.14m² / 건폐율: 59.83% / 용적률: 170.54% / 규모: 지상4층, 지하1층 / 높이: 14.52m / 주차: 7대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구조설계: 터구조 / 기계설계: 기술사사무소 타임테크 / 전기설계: (주)협우지여 엔지니어링 / 시공: (주)진흥기업 / 외부마감: 외단열시스템, 적삼목 사이딩 /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솔리톤, 테라조타일 / 설계기간: 2013. 2~2014.7 / 시공기간: 2013.11~2014.9 / 공사비: 15억 8천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