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문헌
에디터 현유미 부장 디자인 한정민 글 김소원
자료제공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광주비엔날레지원센터 제문헌은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영역과 인근 용봉제의 경계에 위치한다. 조금 더 옆으로는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이 있다. 커다란 면적에 모인 건물들 사이에는 산책로와 녹지 공간이 조성돼 있다. 설명만 들으면 문화, 자연 요소가 풍부한 동네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일대는 사실 그렇지 못하다. 고층 아파트 단지와 늘어선 상가는 급조된 도시 변두리를 연상케 하는 설익은 풍경이다.
따라서 제문헌 설계를 통해 광주비엔날레의 문화 풍경을 조성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또한 광주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적 문화 행사로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과 참여 작가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광장마당이 대단히 중요했다. 수많은 기억을 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비엔날레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한 마당의 성격을 명확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도, 제문헌은 비엔날레의 배경처럼 존재해야 했다. 길다란 장벽은 그렇게 탄생했다.
비엔날레 공간과 용봉제는 어떻게 보면 문화와 야생이며 도시와 자연의 관계이다. 제문헌의 벽은 두 영역을 뚜렷하게 구분하면서도, 동시에 두 영역을 연결한다. 외부 진입로의 축과 연결되는 1층 개구부 쪽 풍경은 하나의 틀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틀처럼 액자 속 그림이 된다. 이로 인해 비엔날레와 용봉제는 서로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전이한다.
건물은 서쪽을 향해 있다. 내부로 들어오는 서향 일사를 막기도 하지만, 늦은 오후 받는 일사로 인해 갈색 콘크리트 벽은 더욱 갈색으로 변하며 빛난다. 마치 흙담에 일렁이는 햇살의 풍경, 이는 비엔날레 마당에서 전개되는 모든 사물과 행사에 대한 기억을 담는 벽이 된다.
제문헌의 벽 안에는 작은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작은 마당과 작은 공원이 있고, 작게 난 길을 따라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며, 이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확인하게 된다. 광주비엔날레를 향하여는 절제된 풍경을 가지지만 용봉제를 향하여는 활짝 열려 있는 모습. 그 사이에 각도를 틀어 교차하는 건물이 비집고 나타나, 겉으로는 각 영역의 존재를 명확하게 구분 지으면서 안으로는 사회문화적으로 하나가 된 공간을 형성한다.
결국은 이 모두가 갈색의 벽이 만든 풍경이다. 제문헌의 벽은 문화의 벽이며, 그것을 위해 애쓴 모든 이의 기억을 품은 벽이다. 이 건축을 ‘문벽(文壁)’이라고 부르고 싶다.
작품명: 제문헌 / 위치: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 설계: 승효상 / 건축주: 광주광역시장 / 용도: 업무시설 / 대지면적: 2,199.9m² / 건축면적: 1,255.52m² / 연면적: 2,647.39m² / 건폐율: 57.07% / 용적률: 120.34% / 규모: 지하 1층, 지상 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설계기간: 2009.4~2010.4 / 시공기간: 2010.6~2011.10 / 완공: 2011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