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건축가 승효상에게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한 사람의 이름 앞에 붙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법도 한 그 수식어의 무게를 오랫동안 감당해 온 그에게도, 주저함의 순간이 있을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이거나, 나의 확신이 낳을 부작용으로 염려하는 일이, 그에게도 있을까?
그 물음의 진솔한 대답이 되어줄 승효상의 개인전 ‘소울스케이프Soulscape’가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 508에서 열린다.
전시는 180여 점의 스케치와 몇 개의 모형으로 구성된다. 사진과 도면, 패널로 채워진 여느 건축 전시장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완공 사진은커녕 작품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왜 하필 스케치일까. 건물은 지어짐으로써 그 존재 가치를 발하는 것인데, 지어짐은 배제한 채, 그보다 한참 이전 단계인 스케치만으로 어떻게 건축가의 사유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