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싱크빅
Woongjin Thinkbig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 + 김인철 | Archium + In-Cheurl Kim
대지 옆으로 샛강이 흐르고 있다. 좁고 작은 물길이지만 그 흐름을 건물이 섬세하게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땅의 모양새와 주변 자연의 흐름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얌전히 웅크리고 앉아 있다. 나아가 땅과 물길의 유연한 선과 주변 풍경을 모사하며 유기체처럼 자신의 몸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각진 모서리가 없다. 전체가 구불구불 물처럼 맑게 흐르며 돈다. 투명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서 있고, 원래부터 그 땅에 있어 온 것처럼 자리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파주출판도시에 들어서는 건축의 규정상 별도의 설계 지침이 있던 프로젝트다. 대지 옆으로 샛강이 지나가는 위치에 들어서는 것을 고려해 주어진 지침은 ‘바위’ 유형이다. 하지만 건물에서 바위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땅이 무른 습지 위나 작은 물길 옆에 놓아두기에 바위는 너무 육중한 개념으로 다가오는데, 미동도 없을 것 같은 그런 무거움이 전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멩이 같다. 그것도 오랜 세월 잘 빚어지고 다듬어진 매끈한 조약돌 같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게다가 투명하기까지 하다.
결과적으로, 땅을 누르며 무겁게 박혀 있는 바위가 아니라 갈대밭 위에 가볍게 떠 있는 바위로 표정을 완성 짓고 있는데, 투명하고 매끈한 질감으로 마감된 외피의 몫이 크다. 반투명한 물성의 유-글라스U-Glass다. 대지의 생긴 모습대로 기둥을 세우고, 그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유-글라스로 이어 외장을 마감해 놓고 있다. 물결이 일렁이는 듯 유연하고 부드러운 곡면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 의외로 단순하다. 유리 특성 덕분에 건물은 주변의 화폭 같은 풍경들을 투영하고, 하루해와 계절의 변화는 물론 아주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반추해낸다. 살아 움직이는 자연이 표정을 바꿀 때마다 건물의 반투명한 곡면에서 운동감이 전해진다. 가능한 한 열어둔 채 몸 전체로 호흡하고 소통하려는 유기체처럼 말이다.
외피로 호흡하는 유기체는 품 안에 광장을 품고 외부와의 소통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건물 중앙의 5개 층 높이로 비워진 광장은 내부에서 내부로의 소통을 다원화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리로 만든 투명한 브리지는 공중에 떠 있는 길이 된다. 지층에서 시작되는 목재 계단은 옥상까지 일직선으로 안내하는 하늘 길이자, 멀리 내다보이는 산 정상을 향하는 등산로다. 광장 안으로 떨어지는 햇빛과 샛강의 바람을 맞으며 계단 끝까지 올라서면 또 하나의 땅이 펼쳐진다. 나지막한 언덕이 오르내리며 굽이치고 샛강의 수풀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물길을 따라 나 있는 무성한 갈대와 서해의 낙조를 마주하는 시적인 장소로 공간의 흐름을 갈무리한 것이다.
대지위치: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35-1 / 지역지구 : 준공업지역 / 대지면적 : 6642.8 m² / 건축면적 : 3,226.93m² / 연면적: 12,862.84m² / 건폐율 : 48.58% / 용적률 : 94.23% / 규모: 지하 2층, 지상 2층 / 구조 : 철골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 Thk28 복층유리, U-GLASS, Thk20 목재 / 내부마감 : Thk18 목재, 유공흡음 패널, 수성페인트 / 설계기간 : 2004.9~2005.4 / 공사기간 : 2005.4~2007.3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