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도시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는 글로벌 플랫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가, 9월 16일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라이브 서울을 통해 진행된 온라인 개막식을 시작으로 4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서울비엔날레는 도시 건축의 패러다임이 ‘개발과 성장’에서 ‘지속과 포용’으로 전환되는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각국 도시들의 현재를 공유하고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가 기획한 국제 행사다.
2017 제1회 비엔날레는 ‘공유 도시Imminent commons‘를 주제로 환경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소유와 소비를 넘어선 공유와 생산의 도시 비전을 제시했으며, 2019 제2회 비엔날레는 ‘집합 도시Collective City’라는 주제 하에 도시의 집합 현황을 살펴보고 집합 도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해법들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는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총감독을 맡아,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계 도시와의 탐험을 이어간다.
16일 진행된 온라인 개막식에서는 이러한 주제에 대한 총감독의 해설이 있었는데, 그는 특히 ‘도시의 회복력’이라는 대목을 강조했다.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려면 지리적 경계를 허물고, 지식과 비전, 기술, 책임의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해법으로 ‘크로스로드’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를 실현하려면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가치들이 서로 교차하고 만나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총 다섯 가지 ‘크로스로드’를 현재의 팬데믹 상황과 연관 지어 탐구하는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질문을 다루는 만큼 예년에 비해 관객들의 공감의 폭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역대 최대인 전시 규모도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데 한몫을 한다. 2017년 50여 개, 2019년 85개 도시에 이어, 올해는 53개국, 112개 도시, 190명의 작가, 40개 대학, 17개 해외 정부 및 공공기관이 참여하여, 명실공히 국제적 담론의 장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DDP,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서 선보이는 여섯 개의 전시
서울비엔날레의 메인 프로그램은 서울 시내 세 개의 장소에서 이뤄지는 여섯 개의 전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 세운상가 |
· 주제전; 건축 × 인프라 · 도시전; 다섯 가지 크로스로드 · 글로벌스튜디오; 피난처 |
· 게스트시티전; 도시의 미래 지형도: 게스트시티 · 서울전; 도시의 미래 지형도: 서울 |
· 현장 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 |
DDP에서는 세 개의 유료 전시가 열린다.
주제전은 ‘크로스로드’에 대한 작가적 해석을 담은 전시로, ‘도시 기능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도시의 회복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건축 행위가 도시에 보다 적합한 인프라의 형태로 전환될 수 있을까?’와 같은 물음을 던지며, 도시의 회복력, 지속가능성, 심미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도시전에서는 ‘크로스로드’라고 칭한 다섯 가지 소주제를 통해 도시의 생산 활동에 관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시와 자연, 전통과 현대, 지상과 지하,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의 연결 고리를 재정비함으로써 우리 도시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상상을 가능케하고, 나아가 신념과 가상, 현실과 이상을 융합시키며 프로젝트에 등장한 장소들의 가능성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탐구를 해볼 수도 있다.
글로벌 스튜디오 전시는 ‘피난처’라는 주제로 40개 국내외 건축대학의 연구 결과물을 소개한다. 코로나 사태를 비롯하여, 기후 변화, 환경 파괴, 주택 부족, 군사 충돌이나 정치 혼란으로 야기된 난민 등, 현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재난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근원적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공모 과정을 통해 선정된 8개의 작업물은 전시장에 실물로 설치되어 관객들이 직접 그 공간을 점유하고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게스트시티전’과 ‘서울전’이 열린다. 이 전시들은 서울시가 초청한 세계 도시들이 함께 모여, 기후변화, 재난, 질병 등과 같은 위기 상황과 인공지능, 자동화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미래 기술의 도래에 대한 각 도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도시들의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총괄 건축가, 도시 계획가, 시 정부 관계자들과 학자들, 연구자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도시, 스마트 도시, 그리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해외 도시 및 서울의 도시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공공프로젝트들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세운상가 일대에서는 ‘현장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의심스러운 발자국’이라는 주제 아래 다섯 팀의 건축가와 문학 작가의 협업으로 만든 다섯 개의 구조물을 선보이는 전시다. 시민들은 이 구조물을 통해 세운상가 일대에서 예상치 못한 공간을 발견하고 도시를 새롭게 경험하며 각자의 도시의 모습들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개막 포럼, 7인의 전문가가 얘기하는 ‘도시의 회복력’
17일에는 총감독과 전시 큐레이터, 학술위원 등 비엔날레 주요 참여자들이 모이는 개막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그랜드 오프닝 토크’와 여섯 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한자리에 모여 전시 콘텐츠를 소개하는 ‘큐레이터 토크’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2021 서울비엔날레의 첫 학술 행사이기도 한 ‘그랜드 오프닝 토크’에는 사회자를 비롯해 7명의 전문가(도미니크 페로, 토마스 보니어국제건축연맹 회장, 파로흐 데라흐샤니아가 칸 건축상 감독, 김승회서울대학교, 존 홍서울대학교, 신혜원로칼디자인, 베네데타 탈리아부에EMBT)가 패널로 참여해, ‘회복력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약 한 시간 반에 걸쳐 심도 깊은 얘기들을 나눴다.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들려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기본적으로 향유하는 인프라를 지금보다 더 인간 중심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거나, 문화를 특별한 이벤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며 소통하는 것, 그러한 일상 자체를 문화로 여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다양한 제안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소통’의 가치를 강조했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물리적 이동이 차단된 상황에서 만나고 소통한다는 것, 그 결과물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개막한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이자 ‘미래 가능성’이라는 데는 모든 패널이 큰 공감을 표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만큼, 전문가들이 내놓는 다양한 의견들은 앞으로의 도시와 인류가 나아갈 길에 대한 좋은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 외에도, 참여 작가들의 주제 관련 발제 영상을 상영하는 ‘크로스로드 토크’, 참여 작가들의 출품작에 대해 강연하는 ‘크로스x토크’, 세계 각국의 17개 건축기관의 스튜디오 리더들의 강연인 ‘글로벌 스튜디오 포럼’, 현장 프로젝트 참여팀과 전문가 패널이 모여 개인적인 도시의 이야기를 나누는 ‘현장 프로젝트 토크’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제3회 2021 서울비엔날레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모든 행사와 참여 작가들의 인터뷰 등은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관람할 수 있다. C3KOREA는 서울비엔날레의 여섯 개의 전시 및 주요 프로그램들에 대한 후속 기사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전 세계 도시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을 되돌아보고 회복력 있는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에, 함께 참여해 보길 바란다. 자료제공/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